한국일보

이정석 단장의 재미잇는 고전음악 (6) 슈베르트

2009-10-23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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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단명한 음악천재를 모짜르트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단명한 음악 천재를 한 사람 더 알고 있다. 슈베르트이다. 그는 모짜르트 다 네 살이나 적은 31세에 세상과 이별을 고하였다. 짧은 삶이었지만, 그는 후세의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남겨주었고, 그 중에서도 특히 가곡은 지금도 듣는 이에 마음을 기쁘고, 슬프고, 쓸쓸하고, 안타깝게 그렇게 아련하게 한다. 그는 아름다운 시에 멜로디와 화성을 입혀 시의 한마디 한마디를 살아서 움직이게 하였다.

그의 유명한 연 가곡 “겨울나그네” 와 “물방앗간에 아가씨”를 들어보자. 시는 영혼과도 같고, 그의 멜로디와 화성은 그 영혼을 담고 있는 몸과도 같이 알맞다. 어떻게 시의 깊은 의미를 그렇게 깊게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을까? 그의 아픔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난 때문에, 자신의 음악을 친한 친구들 이외에는 그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는 허무함 때문에, 그리고 젊은 나이임에도 병들어 날마다 조금씩 죽어가고 있는 슬픈 육체 때문에, 그래서 그는 시에 진실에 한층 더 깊이 접근 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는 고통을 시로부터 위로 받았고, 한발 더 나아가 음악으로 승화 시켰던 것이다. 그러기에 그의 음악에는 슬픔이 많은 듯하지만 그만큼 또 희망도 가득하다, 아니 그에게 있어서는 슬픔과 기쁨, 절망과 희망, 고통과 구원, 이들은 다른 반대의 의미가 아니라 이미 하나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슈베르트”라는 영화의 한 장면 이다. “무더운 여름날 슈베르트는 작곡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피를 찍어내는 창작의 고통으로 괴로워하고, 수백 아니 수천 번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땀은 흐르다 흐르다 이제는 훔칠 기력도 없다. 그런데 그의 바로 뒤 침대 위에서는 그의 여동생이 아는지 모르는지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침대 위에서 뛰어 놀고 있다.” 대사는 한마디 없고,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란 곡이 멈추지 않고 연주된다. 같은 공간에 두 가지의 세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슈베르트의 슬픔과 절망 그리고 소녀의 기쁨과 희망. 그는 그런 감정을 장단음계 (major minor mode) 라는 기법으로 표현한다. 말 그대로 기쁘고 즐거운 장조와 슬프고 어두운 단조를 합쳐놓은 음계와 화성이다. 즉 두 감정이 합쳐져 있는 것이다. 이전의 작곡자들에게 있어서 장조에서 단조로의 이동은 음악적인 준비와 해결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슈베르트는 장단음계의 사용으
로 하여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음악을 창조한다. 그러기의 그의 음악은 슬픈듯하지만 기쁘고, 기쁜듯하나 어딘가 쓸쓸한 이런 묘한 감정들을 표현해 내고 있다. 그의 음악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는 늘 그리스 신화의 나오는 판도라의 상자가 생각난다. 슬픔, 절망, 아픔이 튀어나온 판도라의 상자 그러나 그것으로 슬퍼하는 우리들에게 숨겨놓은 희망도 보여준 그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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