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방문기(1) / 한계선(칼럼니스트)
2009-10-11 (일) 12:00:00
어느 누가 발길을 묶어 놓지도 않았음은 물론이요, 그렇다고 이렇다 할많큼 풍요로운 삶을 이룩해 놓은 것도 아니건만 아무 한 것도 없이 고향을 다녀온 지 어느새 17년째......... 강산이 변해도 몇번이 변했을 고향을 막연히 가슴에만 묻고 변함없는, 조금은 무료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두 딸의 적극적인 지원에 못 이기는 척 작은 딸아이와 친구, 또 내 친구 혜원과 함께 고국방문 계획을 세운 지 두어달째....... 가물가물했던 기억을 더듬으며 조금은 설레이기도 함을 누르며 간단한 옷가지와 몇가지 선물꾸러미 준비한 채 배웅나온 가족과의 잠시의 작별인사을 뒤로하며 비행기에 몸을 싣는 순간, 그동안의 모든 걱정과 피로함은 태평양 바다로 훌훌 날려보내 듯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진작 서둘러 이런 시간을 갖지 못한 나를 돌아보니 참 바보였구나라는생각을 내내하며 뽀얀 구름 위로 포근한 바람을 타고 태양의 환송을 받으며 꼬빡 뜬 눈으로 지샌 채 고마운 여객기는 우리 일행을 고향의 품으로 안기어 주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인 회색빛 아파트 물결은 나의 막연한 상상을 단숨에 날려보내고 현란한 조명과 불빛을 받으며 조금은 설레임과 당혹감에 인천국제공항에 내리니 내 나라가 아닌 남의 나라에 떨어진 것처럼 그야말로 국제촌아줌마가 따로없을 많큼 두리번 두리번...... 유일하게 한국에 남아 있는 조카녀석의 환영속에 그의 집에 여장을 풀었다. 시차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렵사리 찾은 고국이니만큼 잠이 오질 않았고 흐르는 시간이 아까워 우리 일행은 몇시간 후 간단히 식사를 한 후 동대문시장을 찿았다. 밀레오레 빌딩속에 타오를 듯한 조명... 넘치는 인파 속에 내 몸을 섞으니 촉촉히 코끝을 파고드는 사람냄새..... 그제서야 그들과 숨쉬고있다는 현실감에 내 조국에 와 있음을 느끼게 되니 모든 것이 정겨움뿐이다.
한국만의 매력을 갖고 있는 특징있는.... 아기자기하고 예쁘고 독창적인 디자인의 옷가지와 신발, 악세서리, 장식용품, 홈 패션용품.... 어느 것 하나 세계대열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언니! 언니! 하며 상품을 소개하는 딸같은 여점원의 넉살에 티셔츠 몇장 팔아주고 지하철역 입구에서 꼬치오뎅파는 아저씨와 건네는 대화 몇마디에 어느새 몇년지기 친구되고, 뒷골목에 지게꾼 아저씨의 색바랜 지게를 보니 그 삶의 무게가 내 어깨의 무게처럼 버거웁다. 늦은 시간, 우리 일행은 색다른 삶의 모습과 냄새에 취해 조금은 피로한 몸으로 숙소로 향한다. 고국의첫하루는 그렇게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