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위즈덤 잉글리쉬 / 최정화(커뮤니케이션학 박사)

2009-10-09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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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Original Face / 본래 면목(本來 面目)

There’s a light bulb in everyone
Bright enough to swallow the sun,
Earth and sky are all one taste,
There is just the original face.

우리 모두 안에 전구가 하나씩 들어 있죠,
그 밝기가 태양을 삼켜버릴 정도랍니다.
땅과 하늘은 모두 한 맛이에요,
거기엔 그저 본래 얼굴이 있을 뿐이죠.


외숙부의 급작스런 부음을 듣고 황급하게 하늘을 날아 볼티모어에 가 사흘 장을 치르고 돌아왔습니다. 오고 간 시간이 황망한 가운데 몇 삶처럼 느껴집니다. 돌아가시는 분의 길은 이리 황망하지 않기를 빌며 며칠 비웠던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죽은 몸을 땅으로 되돌리기 하루 전, 고인과 조문객들이 대면하는 ‘Viewing’이라는 절차가 있습니다. 망자의 눈감은 얼굴을 산 자들이 조심스레 살피며 맘속으로 떠나 보내는 인사를 하는 시간입니다. 망인의 표정은 변함없는 가운데 망자를 대면하는 조문객들의 표정도 온통 애도일색입니다. 사람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뜻의 한자말 ‘애도’[哀悼]가 실로 애통할 뿐입니다.

눈감은 채 누워계신 외숙부의 싸늘한 손위에 내 손을 얹고 진짜 차구나 하는 느낌 너머로 망인의 ‘돌아가심’을 진정 빌어 봅니다. ‘돌아가심’은 온 곳으로 되돌아간다는 뜻이 아니던가요? 온 곳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다면 그보다 다행한 일이 또 있을까요? 부디, ‘온 곳’까지 잘 귀향하시길 눈감고 기도할 뿐입니다.

티베트 불교의 스승 한 분 말씀이 기도 중 홀연 떠오릅니다. “태어나 슬픈데 사람들은 환호하고, 죽어 기쁜데 사람들은 애도하네.” 다시 옴에 머쓱한데 주위는 즐거워하고, 이제 돌아감에 참 기쁨을 아는데 주위는 애통해하니, 사람 삶의 속내는 참으로 어이없어라. 삶도 죽음도 본래 다름아닌 한 물건임을 꿰뚫는 망자의 지혜가 절실한 순간임을 상기할 뿐입니다.


There’s a light bulb in everyone
Bright enough to swallow the sun,
Earth and sky are all one taste,
There is just the original face.

우리 모두 안에 전구가 하나씩 들어 있죠,
그 밝기가 태양을 삼켜버릴 정도랍니다.
땅과 하늘은 모두 한 맛이에요,
거기엔 그저 본래 얼굴이 있을 뿐이죠.


미국 사람 불자(佛子) 음악인 스튜어트 데이비스의 노래 “Original Face“의 가사 중 일부입니다. ‘오리지널 페이스’라니 ‘본래 얼굴’이란 뭘까요? 산 자든 죽은 자든 눈에 보이는 얼굴 말고 또 다른 ‘본래 얼굴’이 따로 있단 말일까요?

선사(禪師) 향엄(香嚴)은 위산선사[771-853]의 제자로 어릴 적부터 신동으로 알려진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세간에 알려진 영리함만큼 아직 구경각(究竟覺)엔 이르지 못했을 때의 얘기입니다. 어느 날 스승 위산은 아직도 제 영리함에 갇혀있는 향엄을 불러 자나깨나 생각할 ‘공안’(公安, koan)을 하나 새로 선사합니다.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 진면목(眞面目)을 아시는가?”
Do you know the Original Face before your parents were born?
나 태어나기 전 뿐 아니라, 내 부모님 나시기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 그 내가 따로 있던가? 그 동안의 영리함이 홀연 자취를 감추고 온통 무명(無明)에 휩싸인 향엄, 이제 진정 용맹정진의 계기가 바로 눈 앞에 다가왔음에 스승께 감사하며 뒷걸음으로 조심스레 스승의 방을 나옵니다.

미국 불자 데이비스는 ‘부모미생전 진면목’의 화두를 어느 정도 통한 분임에 틀림없습니다. 나지 않고 죽지 않는 불생불멸의 ‘주인공’과 대면했음에 분명한 분입니다. 그러길래, 우리 모두 안의 빛을 태양을 삼킬 정도의 전구로 노래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외숙부의 싸늘하게 식은 몸을 떠나 ‘돌아 가시는’ 그 주인공도 ‘아브라함이 나기 전부터 있어 온 그 나’임을 기억하는 멋진 얼의 귀향이 되시길 빌고 왔습니다.

OM~

English for the Soul 지난 글들은 우리말 야후 블로그 http://kr.blog.yahoo.com/jh3choi [영어서원 백운재], EFTS 폴더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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