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군대와 시집살이 / 아이린서(엘림투자대표)

2009-10-06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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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창

“남에게 어려운 일이란, 내겐 즉시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남에게 불가능한 일이란, 내겐 시간이 좀 걸리는 일 일뿐이다.” -조지 산타아나-

나는 여동생만 하나있고, 초등학교때부터 여학생반, 여중, 여고, 여대를 다니다보니, 대화상대가 거의 여성들이었다. 졸업후, 입사를 했는데, 약 95%정도가 남성이었다. 그때까지 성별차이를 거의 못느꼈었는데, 한달후쯤 회식자리에서 큰 차이점을 깨달았다.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모든 대화의 주제가 “군대” 로 모아졌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줄줄이 웃기고, 희한하고, 고달픈 에피소드들을 가지고 있었고, 끊임없이 계속되었었다. 라면이야기, 헤어진 군화가 돌고도는이야기, 초코파이하나로 종교를 바꾸기도 하고, 맞고, 때리고, 울고, 웃고, 무서워서 떨고, 졸고…. 처음엔 재밌게 들었는데, 회식 때마다, 내가 대신 말해줄 수 있을만큼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되었었다. 평범한 사회생활에서는 없는 힘들고 극적인 경험들을 하기에 잊혀지지 않는 많은 추억들이 생기는가 보다.

여자들의 경우는, 결혼후 부터, 시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귀한 공주로 살다가, 결혼후 급격히 상황이 바뀌면서 가장 해야 할일이 많고, 팽팽한 긴장과, 미묘한 감정대립이 많은곳이기 때문일것이다. 온갖차별(?)과 갖은 박해(?)속에, 마음속에 세계대전이 치열히 벌어져도, 고상하고 예쁘게 미소짓는법을 배워가게 된다.

몇년전 대장금 드라마를 보면서, 처음에는 장금이가 고생하는것이 많이 안타까왔다. 하지만 가만히 보니, 그녀 스스로 고생길을 선택하고, 오히려 즐기는듯 느껴졌다. 많은 대사중에서도 특히, 내가 아주 좋아하는 대사가 있는데, “쉬운일을 하는것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이다. 사람들은 편히사는것을 선망하는듯 하지만, 사실상, 정말로 기쁨과 추억과 즐거움을 안겨주는것은 정말 힘들고, 어렵고, 팽팽한 긴장감이 있는 경험들이 아닐까 싶다. 고생스러워도 열심히 다양한 일들을 해내며 사는 이들은 대게 행복하다. 큰 할일없이 편히 사는 이들이 오히려 우울증이나, 걱정, 불평이 많다. 군대생활처럼, 시집살이할때 처럼사는것이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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