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재정난
학생 수 급격 감소
폐강 속출 ‘명맥만’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불경기의 여파로 인해 단체, 기관, 교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오렌지카운티 한국학교들이 학생 수의 감소와 재정부족으로 임시 폐강하거나 강좌를 축소시키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95년 설립되어 14년 동안 운영되어 온 OC의 대표적인 비영리 한국학교 중의 하나인 남부한국학교(교장 정찬열)는 지난해부터 학생 수 감소로 아동·청소년 한국어 강좌를 오픈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다음 학기에 한국어 강좌가 속개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외에 어바인, 풀러튼에 있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학교들 중에서 상당수는 강의 시간을 줄이거나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회나 큰 기관에서 소속되어 있는 한국학교를 제외하고는 운영이 어렵다고 볼 수 있다.
OC 한국학교 관계자들은 주요인으로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부모들이 자녀들을 한국어 학교에 보내는 것이 부담스러워졌고 ▲그동안 한인교회 부설 한국학교들이 많이 생겼고 ▲대부분의 한국학교들의 재정적인 버팀목이 되었던 이사진들이 최근의 불경기로 인해 재정적인 지원이 힘들어진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남부한국학교의 정찬열 교장은 “2세들의 뿌리교육을 위해서 25년 동안 한국학교에 몸담아 왔는데 지난해와 올해만큼 재정적으로 힘든 시기는 없었다”며 “한인 학부모들이 한글교육에 대한 열정이 식은 것도 학생 수 감소의 한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교장은 또 한인 아동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강좌는 당분간 폐강하고 10월부터는 한국어 교육을 원하는 성인들을 위한 강좌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2세들을 위한 뿌리교육은 계속해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바인의 한 한국학교에서 20년 동안 몸담아 오다가 최근 ‘어바인 온누리교회’ 한국학교로 옮긴 장영이 교장은 “어바인에 있는 한국학교의 경우 렌트가 힘들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며 “올해 들어 재정적인 어려움이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장영이 교장은 또 OC의 한국학교들이 힘든 데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한인교회에서 한국어 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주요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남가주 중부지역의 대표적인 한국학교인 중부한국학교(교장 이영태)는 그동안 세리토스 고교 강의실을 이용해 오다가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이번 가을학기부터 ‘세종학교’(166가와 블룸필드)로 장소를 옮겨서 수업을 하고 있다. 이 학교는 재정적으로 나아지면 다시 세리토스 고에서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문태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