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마디의 말 / 김해연(주부)

2009-09-07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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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창

난 팔에 뭔가를 주렁주렁다는 걸 참 좋아한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 무척이나 이뻐하셔서 저녁식사 후 선창가 오래된 허름한 일식당에를 자주 가셨다. 술이 조금 되신 체 집으로 돌아갈 때 내 손을 꼭 잡고 가시곤 하셨는데 어느 날 아버지께서 우리 딸은 참 손이 이쁘고 고와서 나중에 귀하게 잘 살거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날 이후 난 항상 내 손이 이쁘고 좋았고 그걸 잘 보여지기 위해 팔목에 뭔가를 하는 걸 즐겨하게 되었고 지금도 열심히 몇 개를 달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많은 행복한 추억이 어찌 이거 하나 뿐이겠냐만 유독 힘들고 그럴 때에는 그때 해주신 작은 그 말씀이 떠오르면서 스스로에게 난 귀하고 이쁘게 잘 살거라는 희망을 주는 마음에 있는 영양제가 되버린 것이다.

예전에 살다 힘들 때 정말 몸도 마음도 다 지쳐 누군가가 손만 내밀고 잡아만 주어도 일어설 것 같은 작은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었다. 나만 유독 힘들었었고 못견뎌 했었는데 그때 곁의 가까운 이가 지나가다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화살이 되어서 난 작은 방패 하나 가지지도 않은 체 그대로 무수히 가슴에 제대로 받았었다. 전의를 완전 상실한 패잔병에게 비겁하게 등 뒤에서도 쏘아대는 무자비한 전쟁이었지만 세월 흘러 가까스로 일어나 가슴에 박힌 화살도 빼가면서 어느 날 문득 보니 정말 새살이 돋아 있었고 신기하게 남아 있는 흉터자리를 만지면서 대견해 하면서 살고 있다. 하지만 가끔씩 그 흉터자리가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려지면 다시 아프고 가렵고 하면서 다 나았다고 대견해하는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세월이 그렇게 많이 흘렀고 얼마나 많이 기도하고 자책했었는데 언제쯤 가렵지 않게 말끔히 나아질까 하면서 반성하고 기도한다.

달라져야겠다.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말로 독화살을 쏘아 그사람도 나처럼 아물지 않는 상처를 감추고 비오는 날 몰래 긁적거리면서 원망하고 그러지 않도록 말이다. 내 아버지께서 내게 해주셨든 작은 한말씀이 내 평생의 부적이 되었듯이 나도 좋은 말, 이쁜 말, 칭찬의 말만 하면서 또 누군가의 마음에 영원히 남아 있는 영양제가 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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