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부여행기(2) 사라진 여행가방 / 아이린 서(엘림 투자 대표)

2009-09-01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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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창

“인생은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도록 시원하게 뚫린 대로가 아니다. 때로는 길을 잃고 헤매기도하고 때로는 막다른 길에서 좌절하기도 하는 미로와 같다. -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중에서”

2009년 8월 20일(목) : 혼자라면 그냥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며 많은 이들이 찾는 유명한 장소들을 다 돌아보지 않아도 마냥 여유로움을 즐기며 만족한다. 그런데 아이들까지 포함된 가족전체가 짧은 기간에 잘 모르는 지역을 자유여행하는 것이 주저되어 단체여행을 신청했다. 오늘은 7시에 호텔을 출발해서 커넥티컷주의 뉴헤이븐, 로드아일랜드주, 그리고 메사추세츠주의 보스턴 지역을 돌아보기로 했다. 설립된 지 300년이 넘는 전통있는 대학을 둘러보니, 오랜 기간 수많은 이들이 꿈을 갖고 학교를 다녔고 벽에 많은 업적들이 적혀지고 이제는 그들을 사진이나 그림으로밖에 볼 수 없지만 오래된 빌딩들과 빛바랜 사진속의 근엄한 표정들이 정겹게 느껴졌다.

버스에서 책을 좀 읽다가 잠깐 잠들었는데, 갑자기 누군가 “아저씨! 가방 떨어져요!”라고 소리쳤고 버스안이 소란해졌다. 잠시 후 운전기사가 프리웨이의 갓길에 차를 세우고는 차 뒤로 달려가서 보더니, 가방을 싣는 뒷문이 활짝 열려있었다고 하며, 뒷문 바로 앞에 있던 여행가방 몇개가 프리웨이에 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언제부터 뒷문이 열렸는지 모르지만, 돌아가서 빨리 찾으려고, 다음 출구로 나가려는데, 한동안 달려도 출구가 보이지 않자 다들 웅성웅성하고 있었다. 버스로 2-3번을 왕복하는 동안, 가이드는 버스에서 내려 직접 걸어다니며 한시간 이상을 찾아봤지만, 가방을 하나도 찾지 못했다.


나는 아침에 제일 일찍 버스로 나갔기 때문에, 내 검은색 여행가방을 가장 안쪽으로 넣어서, 누군가 가방을 잃은 것은 안타까웠지만 큰 걱정없이 침착하게 있었다.

승객들이 가방을 점검해보겠다고 해서 위험하게도 프리웨이 갓길에서 짐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나는 뒷쪽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도 가방을 잃은 사람이 없었다. 내 차례가 되어 찾아보니 가방이 없었다. 몇번을 다시봤는데 내 가방이 사라져버렸다. 운전기사가 내게 오더니 정말 미안하다면서 생각났는데 점심식사 후, 한 사람이 가방에서 무엇을 꺼내야 한다고 해서 버스에 실린 짐을 모두 내렸다가 다시 실으면서 안쪽에 실었던 내 여행가방을 문 바로 앞에 놓았다고 한다. 아… 이럴수가! 가방 안에 무엇이 있는지 묻는 가이드에게 컴퓨터, 책, 옷, 화장품, 신발, 목걸이, 기념품 등등을 침착하게 또박또박 말하면서, 얼굴은 붉어지고 마음은 걷잡을 수없이 화가 솟았다. 불행인지 혹은 다행인지, 달리는 버스의 수십개의 짐 중에서 내 여행가방 하나만 감쪽같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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