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 한계선(칼럼니스트)
2009-08-24 (월) 12:00:00
워낙 미국이라는 나라가 크나큰지라 같은 미국내에 살아도 특별한 일이나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 딸아이의 결혼을 축하할겸 만사를 제치고 반가운 재회를 할 겸 멀리 테네시주에 사는 여고동창생 신화가 와주었다.
기대와 반가움에 공항에서 그녀를 만나는 순간 내게 던지는 인사는 반갑다! 38번 한계선!!이라고… 어? 뭐라구? 맞다맞어! 그래 내가 38번이었지!... 단숨에 타임머신을타고 그때 그시절로 우리의 수다는 시작되었다. “하하!! 호호!!” 울퉁불퉁 불어버린 서로의 모습이 우수워 또 까르르르… 그때 그시절 난 유난히도 체구가 작고 피부가 까만 꼬마였구.
내 친구 신화는 흰 피부에 키가 컸고 나름 유머스럽고 인기가 많았던 친구였다. 키순으로 반번호를 정하던 그시절 항상 키가 작다는 열등감에 선생님 눈을 속여가며 열심히 깨끼발로 키를 늘려 그나마 각고 끝에(?) 차지한 나의 번호38번… 그 시절, 바로 내 책상 뒤에 앉았던 내 친구 신화를 만난건 덤으로 찾아온 나의 행운이었다. 내 소녀 시절의 낭만과 추억의 페이지에는 친구의 이름이 베어 있으며 학창시절 앨범 속에는 내가 있으면 그 옆엔 반드시 그녀가 있다. 내 친구 신화가 있기에 나에겐 또 하나의 덤이 있다.
그것은 진실로 사랑하고, 존경하며 살아가는 그 친구부부의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것. 몇십년 쌓은 친구와의 우정을 소중히 챙기는 그녀에게는 그 못지않은 그녀의 삶의 애정이 진액처럼 넘쳐 가족과의 짧은 시간의 이별 중에도 시시때때 사랑의 메시지가 오간다.
“식사는 했어요? 무슨 요리였어요? 나는 지금 어디어디인데 너무좋고 당신과 함께라면 더 좋았을텐데…”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가정파탄이 심각한 요즘, 부부가 몇십년 살다보면 서로가 무덤덤한 세월 가운데에서 서로의 애정을 얼마나 내던지고 살았던가? 베풀기보다는 바라기만했고 이해하기보다는 원망부터했던 나의 삶이 내 친구가 내 곁에 있기에 소스라치게 부끄러워진다.
엎치락 뒤치락 생활에 몰두하다보니 그 삶에 취해 뒤돌아볼 겨를도 없었는데 나도 이제 욕심나는 사랑을 하면서 살아야겠다. 이 더운 여름, 함께 여행은 못 가더라도 유난히 냉면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그만을 위한 저녁상을 준비하련다. 찐계란에 오이송송 썰고 육수에 얼음둥둥… 아! 냉면에는 갈비가 필수! 상추쌈 한쌈 내사랑 한쌈! 입에 넣어주면서 먼 훗날 내 친구가 다시 찾을 때에, 그가 나의 사랑까지 부러워하게끔… 하지만, 또 다른 모습의 덤으로 내 곁을 찾아줄 내 친구를 나는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