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겉모습보다는 내면의 향기를… / 한계선(칼럼니스트)

2009-08-16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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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창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몇가지 찬가지를 마련하려 마켓에 들렀다. 입구에 즐비하게 놓인 주간지 신문에 눈길이 가 몇가지를 주워왔다. 웬 종류가 그리도 많은지… 다 비슷비슷한 내용의 기사들이 시큰둥해 덮어버리는 순간 유독 눈길이 끌리는 광고가 있었다. ‘스킨케어! 영구화장!’ 상단에는 꽤나 곱상한 여자모델 사진과 함께.

가뜩이나 얼마 전 딸아이 결혼식때 찍은 한물간 나의 모습을 보고 속이 꿀꿀한 터인데 나의 시선이 그 모델사진에서 한참 머물렀다. 쌍꺼풀 진 두 눈, 오똑한 코, 갸름한 턱선, 도톰한 입술, 게다가 잘록한 허리의 각선미. 몇주 후에 한국에 다녀올 일이 있는데 제주도 여행이고 샤핑이고 다 집어치우고 이참에 아무도 몰래 작업을 좀 해봐? 야심찬 비장의 각오를 하면서 며칠을 보내는 중 우연히 한국방송 TV를 보게 되었다. 어떤 오락프로에 나온 낯익은 몇몇 연예인들을 자세히 보니 분명 내 나이와 비슷한 또래의 그때 그시절 사람들이었건만, 이게 웬일인가? 한결같이 똑같은 팽팽한 볼, 두툼한 입술, 파리가 낙상할만큼 오똑한 코, 그 얼굴들은 분명 몇일전 주간지에서 본 바로 그 광고모델의 얼굴이었다. 그때 그시절 같은 한세월을 지낸 애틋했던 추억의 모습은 간 데가 없고 세월을 거꾸로 한듯한 한사코 삶의 군더더기를 감추려 애쓴 흔적의 모습으로 변한 그들... 차라리 슬퍼보이기마저한 그들... 아연실색하며 또하나의 모조품으로 바뀔 뻔한 나의 모습을 상상하니 며칠 동안이나마 어리석었던 나의 망상이 창피스러웁고 부끄럽기마저하다.

갓 오십을 넘어 적당히 베인 중년의 여유로움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생의 여정이 그만하면 딱히 괜찮다고 녹녹한 인생의 흔적이 베인 후덕한 미소를 지으며 내 뒤를 쫓는 젊은이들에게 훈훈한 표상이 될 만도 한데…

오! 하나님! 잠시나마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소서! 부족한 이 딸을 사랑하사 넘치는 탤런트와 수많은 축복의 보너스를 이렇게 많이 주신 것을 깨닫지 못하고 감사하지 못함을... 세상에 수많은 사고로 인해 고통받는 지체장애와 선천적 장애로 힘든 나날을 보내는 형제 자매가 수없이 많다는 것을 잊고 말았음을… 세월의 변화에 적당히 변모되어가는 우리의 겉모습 또한 주님께서 저희에게 주신 축복의 재산인 것을 화면에서 만난 그들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바라옵건데 앞으로 남은 인생의 여정을 넉넉함과 여유로움이 베인 모습으로 주님의 온전한 사랑 실천하며 나보다 이웃을, 겉모습보다는 내면의 진실한 향기를 품으며 살게하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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