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 경사라(문협회원)
2009-07-17 (금) 12:00:00
요즘엔 사람 만나는 방법도 참 다양하다. 그 사람 형편대로 글자로 만나거나 목소리로 만나고 얼굴을 마주 보며 직접 만나기도 한다. 나는 요즘 글자에 마음을 실어 만나는 만남이 잦다. 가깝게 혹은 멀리 까지 세계 어디로든 말이다. 내가 만드는 글씨는 내 마음에 따라 조용히 걷기도 하고 급하게 뛰어가기도 하고 신나게 날아가기도 한다.
어쨌든 요즘엔 사람 만나는 방법도 참 다양하다는 생각이 든다. 1974년, 중학생인 나에게 아버지께서 영어 공부하라고 소개해 주신 미국생 친구, 아버지 직장 동료의 조카였던 Debbie Hall. 그때 펜팔을 하면서 나의 편지 독선생님이 하나 있었으니, ‘해외 펜팔’ 이라고 적혀있는 편지예문이 가득한 초록색 책이다, 신주 단지 모시듯 끼고 살았던 단발머리 소녀가 안간힘을 쓰며 단어와 단어를 짜마추며 편지를 밤새 쓰고, 붙이고 또 답장을 기다리고 학교에서도 집으로 무조건 먼저 달려와 어제 편지 붙히고도 우체통을 기웃거리던 때를 그려보자니 미소가 지어진다. 지금은 전화, 이메일, 블러그, 메신저 채팅 등 마음만 있으면 얼마나 다양하게 연락을 취할 수 있는지 편한 세상이다.
내가 미국에 온지 5년 후 한국에 처음 방문하였을 때 그 친구가 보낸 편지와 선물까지 있는 것은 몽땅 챙겨 왔었다. 다시 미국에 돌아와 전화국에 전화를 하기 전에, 모든 편지를 꼼꼼히 다시 읽어 보았으며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정보를 다 동원하여 도움을 청했다. 그녀의 부모님께서 아직도 그 집 주소에 여전히 살고 계셔서 찾기에 더욱더 도움이 되었고, 그 사건이 수사반장 같은 범인 수사였다면 그게 단서가 되지 않았나 싶다. 같은 곳에 그 부모님께서 그때도 살고 계셔서 너무너무 천만다행이었다. 편지를 주고 받을 그 당시 데비가 키우며 늘 얘기하던 고양이 이름과 강아지 이름을 암호처럼 전달하니 ‘오호, 한국친구 정말 맞는구나’ 하면서 딸에게 전호번호 줄 터이니 전화기다리라고 하더니 신기하게도 바로 전화가 왔다. 어떻게 고양이 이름 미드나잇을 여지껏 기억 하고 있었는지 그 친구는 신기해 하며 무척 반가와 했다. 편지를 다 모아놓은 덕도 톡톡히 본셈이다. 그 후 전화로 이 메일로 자주 소식을 주고 받고 있지만 같은 미국땅에 살면서도 만난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아 아직도 만날 날을 서로 기다리고 있다. 몇 번 만남을 서로 시도해 보았었는데 형편이 딱 맞아 떨어지질 못했다. 아니 그렇게 한다 하여도 서로 직장에 매이고 시간을 못내 만나지 못 할 수도 있다. 시간이 머니이니, 20년 후 은퇴나 해야 여행을 다니려나? 하지만 늘 가족 사진을 주고 받으니 만난 듯 싶지만 만날 날이 있겠지 아암 있겠지 하면서 아이들 얘기며 사는 얘기 나누며 서로의 소식을 주고 받는다. 언젠가 분명San Francisco 에서나 Rhode Island에서 기적 소리가 울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