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단일기 / 김채영(SV한국학교 교사)

2009-07-17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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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에 남는 선생님

지난 학창 시절을 생각하다 그 동안 나를 가르치셨던 은사님들을 떠올려 봤다. 무척 엄하셔서 다가가기에도 무서웠던 선생님도 계시고 조용하시고 차분하셨던 선생님, 씩씩하시고 명랑하셔서 항상 재미있으셨던 선생님, 신앙인의 모범을 보여 주셨던 선생님 등, 여러 선생님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특별히 더 기억나는 선생님은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가르치셨던 분들 이었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이였어도 이심전심으로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가끔 아이들을 가르칠 때 나를 가르쳐 주셨던 은사님들을 떠올리며 롤 모델로 삼기도 했다.

선생님들께서 약속을 잘 지키시는 모습이나 바른 가치관을 심어 주시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 주실 때, 적절한 칭찬 한마디로 더욱 자신감을 갖게 해주실 때, 바르지 못한 행동과 습관을 고쳐 주실 때, 고마움을 많이 느꼈었다.

그런데 좋은 모습도 교훈이 되지만 좋지 않았던 모습에서도 배울 점은 있었다. 고등학교 한문 시간에 쓰고 외워오는 숙제를 내주셨는데 많은 학생이 숙제를 안 해와서 손바닥에 매를 맞았다. 키가 조그만 선생님이 어디서 힘이 나시는 지 숙제를 많이 안 해온 것에 화가 많이 나셔서 힘껏 때리셨다. 쫙악 짝 손바닥 때리는 소리가 정적을 뚫고 내리 꽂혔다. 그 긴장 속에 맨 뒤에 서 있던 큰 학생이 쓰러졌다. 선생님은 놀라서 자기 몸보다 큰 학생을 업고 양호실로 뛰셨다. 그 후 그 한문 선생님은 우리 반 학생들에게 정이 떨어지셨는 지 그 학기 수업이 끝나도록 자습만 시키셨다. 자습을 하면서 감히 학생이라 항의는 못했지만 개인 감정 조절을 못해 교사의 본분을 다 하지 못했던 선생님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알게 모르게 일 년동안 선생님과 같이 지내다보면 말투나 생각하는 스타일들을 닮게 된다. 그 선생님의 색깔로 입혀지게 된다. 나도 그랬고 지금의 한국학교 학생들을 봐도 그렇 둣이 교사의 영향을 많이 받기 마련이다.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선생님 반 학생들은 들썩들썩 활기가 넘치고, 얌전하고 조용한 선생님 반 학생들은 침착하고 차분한 학습 분위기이다. 유머가 많고 재미있는 선생님 반 학생들은 잘 웃고 밝다. 개인의 성향이 다르 둣이 선생님의 개성에 따라 나름대로 배울 점이 있어 학교에선 지식 외에 인성 품성 등도 다듬게 된다.

`아는 만큼만 가르친다’는 말을 들었다. 우등생이 되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하듯 좋은 부모가 되는데도 공부가 필요하고 기억에 남는 좋은 선생님이 되기에도 많은 노력과 공부가 필요한 것을 안다.

학생들이 한국학교 졸업을 하고 떠날 때 과연 그 들이 선생님을 어떤 모습으로 기억해 줄까를 생각하며 때론 용기를 내서 나 아닌 나의 모습도 연출하고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주려고 여기 저기 잡학 다식하게 알려고 애쓴다. 여러 교사 세미나에도 참석하여 배우고, 간단한 마술과 최신 유행하는 노래와 춤까지 관심 갖다 보면 어느 덧 교사인 나도 바람직하게 변해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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