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일나기 / 김지연(합창 지휘자)

2009-07-1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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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창

어릴적 생일을 앞두고 들뜨던 기억이 새롭다. 친구들을 불러모아 선물을 뜯어보는 시간은 내심 두근두근 심장은 방망이질로 가슴을 치고, 내가 좋아하는 아이가 올까하는 궁금증은 사뭇 다른 친구들간의 화제중심에 있고, 한상 가득한 엄마의 생일상은 친구들의 함성과 함께 여기저기 빈그릇으로 남아있곤 했다. 그랬다 생일은 크리스마스와, 어린이날과 함께 3대 수지맞는 날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권사님이 계시다. 그분은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며, 소녀같은 귀여움과, 꿈을 꾸며 젊게 사시는 분이다. 나는 그분의 연세를 모른다. 왜냐하면 언제나 29이라고 대답하신다. 처음에 나는 그분의 대답을 듣고 하하하 웃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도 누가 내게 몇번째 생일이냐고 물으면 나또한 29이라고 대답한다. 나의 생일은 29살에서 올라설 줄 모른다.

며칠전 나는 생일을 맞았다. 어릴적의 두근거림도 없고 수지맞는 날도 아니었다. 또다른 29살의 생일이다. 그냥 다른 사건들 속에 묻어가는 7.12.이라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게 서럽고 화가 나지만, 내게만 존재하는 중요한 또 다른 29살의 날인 것 같다.


나는 그 날 또 다른 중요한 이벤트 속에 곁다리로 치러지는 생일파티의 주인공이었다. 한꺼번에 해치우기 좋은…. 적당한 환경속에 왠지 꿀꿀한 기분이었다. 내가 모든 사람의 중심에 설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 자신의 날에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서 의미있게 보내야했다. 친구들에 의해 치뤄지는 의미 없는 날이 되지 않도록… 후회가 된다. 기억에 남는 또다른 29살의 생일 일 수 있었는데…

내년에는 혼자서라도 좋아하는 것을 해봐야겠다. 생일의 주인공은 나다!
오늘은 오래된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확실히 오래된 것이 좋다.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오래된 친구에게는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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