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 김인숙(목회자 아내)

2009-07-08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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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절로 크는 목회자 자녀

아무리 세대차이가 있고 사상이 다르더라도 자녀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부모, 또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자녀를 보며 우리는 이상적인 가정을 꿈꾼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간에 친구와 같은 다정한 모습을 볼 때면 부럽기 그지 없다. 나 또한 우리 애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지 않은 탓인지, 남편이 세상을 떠나서야 진정으로 애들이 나에 대해 또는 아빠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졌는지를 이해하게 된 것을 보며 참으로 부끄러움과 미안한 마음을 갖기도 한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바쁜 이민생활과 세대차이를 이유로 부모와 자식간의 진지한 대화를 하기 어려운 때가 많다. 더욱이 목회자 가정의 자녀들은 더 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목회자 가정의 특수한 환경을 자녀 스스로가 눈치껏 적응하면서 깨닫고 이해하며 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목회자 부모 또한 대부분 이를 위해 진지한 대화보다는 기도로 하나님께 의지하려 한다. 물론 어떤 목사님들은 확고하게 하나님의 종된 가정의 자녀로서 모범을 보이기를 바라며 신앙적인 면이나 생활속에서 은근히 강요 또는 부담을 주는 경우도 있다.


우리 부부의 경우는 아이들에게 신앙적인 면을 전혀 강요하지 않았다. 여느 가정처럼 세대차이로 이해할 뿐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서로 터 넣고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것은 보통 가정과 다를 바가 없다. 이민 목회를 하며 겪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특수한 환경, 교회가 항상 작을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어찌 아이들에게 다 이해를 바라며 설명할 수 있으랴.

개척교회 또는 작은교회를 담임하는 목회자 가정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면 그 자녀들을 위해 제대로 된 신앙교육 내지는 믿음을, 정작 담임하고 있는 교회내에서 제공해 줄 수 없는 점이다. 오히려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까지 희생이 돌아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자녀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뿐이다. 나도 큰 아이가 대학교 입학을 위해 타지로 나가게 되어 어쩔 수 없이 다른 교회를 다녀야 할 때, 솔직히 제일 걱정스러웠던 것이 목회자 자녀로서 부끄러움을 보이게 될까였다. 설사 남들에게 잘 보였어도 그것이 내 자녀의 진정한 모습일까, 부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하는 가식일까, 신앙적인 성숙면에서 정말 많이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자녀들을 위해 아무런 신앙적인 유산을 물려 주지 못했다고 느꼈을지라도 나의 사랑하는 자녀들이 그 이상으로 결실을 거두는 데 다만 놀랄 뿐이다. 우리는 다만 밤낮 자고 깨고 하는 중에 씨가 나서 자라되 어떻게 그리 되는지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마가 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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