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정화 교수의 English for the Soul

2009-05-29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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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actice Tree! / 나무를 수행하라

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 /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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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ctice tree!
Find your own roots.
Find your connection to yourself,
and to the world around you.

나무를 수행하라.
그대의 뿌리를 찾으라.
그대가 스스로에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또 그대가 주위 세상과도 연결되어 있음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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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 나무를 유심히 들여다 보면 세상이 보입니다.
그저 서 있는 모습, 바람에 유연하게 흔들리는 모습, 뿌리에서 잎새까지 연결되어 하나임을 증거하는 모습, 위론 햇빛을 받아 들이고 아래론 땅의 기운을 빨아 올려 빛과 흙의 소리 없는 협주곡을 연주하는 모습, 이 모두가 그저 나무라는 한 존재로 서 있음에 크게 경외합니다.

나무는 위대한 스승입니다. 나무는 계절의 바뀜에 거의 죽었다 환생하며 꾸준히 윤회와 부활을 침묵으로 가르치는 참 구루입니다. 인도 말로 스승이란 뜻의 말 ‘구루’[Guru]와 나무의 수를 세는 우리말 ‘그루’가 묘하게 닮았군요. 나무 한 그루가 바로 참 구루라!

땅에 단단히 뿌리 내리고 하늘을 향해 전신으로 사랑을 받고 내뿜는 나무는 지구 역사를 관통하는 신화의 산 증거입니다. 신화란 신의 얘기입니다. 사람이 지어냈던 신이 선사했던, 인류역사를 통틀어 여러 모습으로 다가온 신화들의 구심점은 나무입니다. 땅 깊숙한 곳에 뿌리로 내재하는 잠재의식, 바로 그 속에 잉태되어 나타난 신화들은 칼 융이 말한 ‘집단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의 발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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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ctice tree!
Find your own roots.
Find your connection to yourself,
and to the world around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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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가 하나임을 깨닫게 되면 세상이 곧 한 송이 꽃임을 알게 됩니다. 세계일화[世界一花]라! 무수한 파도가 제 아무리 각자임을 외친다 해도 결국 바다라는 동체[同體]의 잠시 변형일 뿐입니다. 잠시 크고 작은 파도의 모습을 하고 사는 내가 진정 바다임을 체감하면 ‘일념즉시무량겁’의 경지에 곧바로 들게 됩니다. 내가 늘 아버지 안에 있으며, 아버지가 늘 내 안에 계심은 따로 말하고 듣지 않아도 너무나도 ‘뻔한’ 사실이 됩니다.

나무 한 그루에 매달린 수많은 가지들은 서로 누가 더 잘났느냐며 싸우지 않습니다. 잠시 부딪히면 미안하다 말하며 남의 공간을 위해 스스로 몸을 낮추고 줄입니다. 한없이 쏟아지는 햇빛이 서로 부족한 듯 다투어 더 가지려 노력하는 우를 범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골고루 나누고 나누어도 계속 넘쳐날 햇살,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그렇게 사양하며 다같이 만끽합니다. 어느 가지 하나 내일 혹시 안 떠오를 해를 걱정하지 않습니다.

나무는, 뿌리만도 아니요, 가지만도 아니요, 줄기만도 아니요, 잎새나 꽃 또는 열매만도 아님을 잘 깨닫고 사는 현명한 존재입니다. 나무는, 나무라는 한 우주 안에 들어있는 모든 소우주들을 세심하게 보듬고 친절하게 배려하며, 스스로가 곧 스스로에 얽히고 설킨 유기적 실존임을 잘 아는 영물입니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삶엔 삶 자체를 영위하는 존재를 보고 있는 ‘그 존재’가 들어 있습니다. 흔히 목신[木神]이라 하면 어떤 샤머니즘에서나 가능한 애길 하는 줄 알지만, 나무가 나무 스스로를 감지하고 영위하는 ‘그 존재’를 모른다 함은 그저 무지의 소치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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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ctice tree!
Find your own roots.
Find your connection to yourself,
and to the world around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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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를 알고, 대우주 안의 소우주임을 알고, 모두 하나로 연결된 ‘큰 고리’의 잠시 일부임을 지극히 잘 알고 있는 나무. 그 나무를 깨닫는 과정이 곧 수행입니다. Practice tree! 나무를 수행하면 사랑과 자비를 수행하게 됩니다. 나무를 수행하면 같은 몸이라 크게 느끼게 되는 동체대비[同體大悲]를 수행하게 됩니다. 나무를 수행하면 침묵을 수행하게 됩니다. 나무를 수행하면 내가 곧 나무임을 나무가 곧 나임을 아는 깨달음으로 가게 됩니다.

‘나무 명상’ [Tree Meditation]이란 게 있습니다.
진짜 나무가 되어 보는 겁니다. 나무가 되어 나무의 생명이 되어보는 겁니다. 나무의 여정을 실제로 살아보는 겁니다. 햇살 가득한 평지에 섭니다. 두 발바닥 아래로 깊게 뿌리를 내려 지구의 중심부에 단단히 자리합니다. 양 팔을 어깨 위로 뻗어 올리며 양미간과 백회[百會]를 위로 향하고 가늘고 긴 호흡으로 하늘과 태양의 기운을 받아들여 광합성을 합니다. 천지인 삼재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 가운데 천지인 모두 나무 하나로 모아집니다.

찬란하게 흰 빛의 천기[天氣]와 황토기운이 가득한 지기[地氣]를 섞어 이 세상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사랑과 치유의 알케미[alchemy]를 연출합니다. ‘나무 명상’의 열매는 바로 이 ‘치유하는 사랑’ [Healing Love]입니다. 치유란 원래의 완벽한 상태로 되돌린다는 뜻입니다. 본래의 온전함으로 회귀하는 게 치유의 본 뜻입니다. 삶의 속기에 찌들어 여기저기 병 나고 흐트러진 기운들이 나무 명상을 통해 다시 본래의 원기[元氣]를 회복합니다. 사랑은 회복의 촉매입니다. 그러길래, ‘치유하는 사랑’ ‘Healing Love’란 말이 그토록 당연하게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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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ctice tree!
Find your own roots.
Find your connection to yourself,
and to the world around you.

나무를 수행하라.
그대의 뿌리를 찾으라.
그대가 스스로에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또 그대가 주위 세상과도 연결되어 있음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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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대한민국이 온통 슬픔과 비통에 잠겨 매우 아파하고 있습니다. 살아 생전의 공과를 떠나, 그토록 서운하게 세상을 등진 ‘인간 노무현’님을 기리는 많은 사람들이 그 분 원하신 대로 미움도 원망도 없이 나무를 수행하는 마음으로 회귀하시길 바랍니다. 미안해 하지도 슬퍼하지도 말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유서를 쓸 때 ‘사람 노무현’은 이미 나무의 경지로 회귀하고 있었음에 틀림없습니다.

In Memoriam,
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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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for the Soul 지난 글들은 우리말 야후 블로그 http://kr.blog.yahoo.com/jh3choi [영어서원 백운재], EFTS 폴더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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