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김인숙(목회자 아내)

2009-05-20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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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회자 가족의 정체성

누구나 한번쯤은 어릴적에 선망의 대상이었던 학교 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다. 우리가 마음에 품은 선생님은 화장실에도 안가고, 식사도 품위있게 할 것이며, 세상의 온갖 지저분한 것과는 아주 먼, 무척이나 고귀한 삶은 사는 분으로 여겼었다. 군사부일체를 그대로 받아 들이며 선생님을 아주 하늘같은 분, 완벽한 분으로 여겼다. 그러나 미국식 교육을 어릴적부터 받고 자란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면 한갖 우스개 농담으로 여긴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이든 미국의 이민사회에서든 성도들이 마음에 표준을 삼고 있는 목회자상을 여기에 비교해 본다. 세상적인 것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파악하되 절대 물들면 안되는, 지식과 지혜가 풍부하되 절대로 드러내지 않는, 그래서 종종 강단에 서서 하나님을 말씀을 선포하는 목사님을 볼 때와, 현실 속에 있는 목사님의 모습에 큰 차이를 발견하곤 시험에 빠지는 성도들을 보아 왔다. 본의 아닌 이러한 눈치 작전으로 목회자는(특히 작은 교회의)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기 힘든 때가 많다.

사모는 어떠한가. 특별히 교회(이민교회)에서 사모의 위치는 정말로 ‘정체성’을 찾기 어려운 자리이다. 정체성이라는 단어에 한국에서는 그리 관심갖지 않다가 미국에 살면서 이곳 저곳에서 이 단어를 들어 보지 않은 곳이 없다. 사모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모님들의 얘기를 들어 보며 뼈저리게 느껴왔다. 사모의 어정쩡한 위치와 성도들이 바라는 바람직한 사모상에 대해서는 내가 글로 표현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 정말로 너무나 잘 알고 계신다.


아울러 많은 성도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 목회자 가족이다. 궁금해 하는 만큼 솔직히 성도들과 목회자 가족의 근황을 함께 나누기는 참 어렵다. 다분히 나만의 편견일지 몰라도 목회자 가족은 자랑을 삼가야 한다. 내가 강단에 선 남편에게 설교시에 바란 금기사항중에 하나는 절대로 가족 이야기는 하지 말 것. 특히 사모를 추켜 세우는 일은 더더구나 말이다. 자녀의 좋은 점을 칭찬하거나 공부를 잘해 일류대를 입학해도 큰 소리 내지 말아야 하고, 애들이 못나서 말썽을 피워도 이를 위해 기도를 부탁할 수도 없다. 그래도 차라리 슬픈 일이라면 기도의 부탁과 함께 나눌 수 있지만,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은 참으로 어려워 보인다.

교회가 어느 정도 크고 목회를 성공적(?)으로 하시는 분일찌라도 목회자 가족이 교회안에서 분명한 정체성을 보여 주기가 참으로 어려운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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