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녀들이 교회 주인”
2009-05-08 (금) 12:00:00
“저희 교회는 2세가 첫째요, 1세가 두 번 째입니다. 1세는 옆에서 지켜봐주는 ‘지키미’요 이들의 신앙과 정체성이 분명해지도록 격려하는 ‘도우미’입니다. 그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우뚝 설 때까지 보호해주는 ‘울타리’입니다.”
미주 한인교회의 과제로 남아 있는 ‘2세 목회’. 그 중요성을 모든 교회들이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재정과 인력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늘 뒷전으로 밀린다. 게다가 적절한 대안을 찾기도 마뜩치 않아 한인 목회자들은 늘 고민이다. 이런 교계의 구조적 제약을 과감히 파괴하고 2세 중심의 목회를 천명하며 출발한 교회가 있다.
메릴랜드주 버튼스빌에 위치한 ‘세컨드침례교회(2nd Baptist Church)’는 두 사람의 전도사가 세웠다. 한 사람은 1세, 한 사람은 미국서 태어난 2세다. 그러나 비전은 같다. 10대의 어린 나이에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갔으나 뜻을 정한 후 별과 같이 빛나는 신앙을 전수한 성경 속의 인물 다니엘처럼 한인 자녀들을 키워야 한다는 사명감이다.
“1세와 2세가 함께 예배를 드리지만 2세가 주체적으로 예배를 인도합니다. 찬송 인도, 대표 기도, 헌금 위원, 주보 봉사 등을 모두 2세가 하지요. 모든 순서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챨스 김 전도사는 “2세가 더 이상 방관자나 구경꾼이 아니요 참여자이고 인도자”라고 강조했다.
그러자니 아무래도 영어에 조금 서툰 한인 부모들을 위해서 설교는 이중 언어로 해야 하는데 김 전도사는 미국서 태어났지만 약간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해 문제될 게 없다.
헌금도 아직 제대로 못하고 모든 게 어리고 서툴기만 한 10대 영어권 자녀들이 주인이 되는 교회... 왜 이런 엉뚱한(?) 교회가 생겼을까? 조금만 진지하게 한인교회의 미래를 생각해 보는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을 떠나면서 신앙도 잃어버리는 젊은이들을 정말 많이 봤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전통 교회 안에서는 답이 없더라구요. 2세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교회를 세워줘야 한다는 부담이 늘 있었는데 김 전도사를 만나면서 길이 열렸습니다.”
타 지역에 있을 때부터 전도사 생활을 오래 해온 김 전도사는 처음에 비전은 좋지만 될까 하는 생각에 망설이다 거절했었다. 그러다 시대적 요청이란 믿음에 결단했다. 예수님을 최고로 모신다는 의미와 2세를 위한 교회라는 뜻으로 ‘세컨드침례교회’로 이름을 짓고 작년 10월부터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현재의 위치에 교회를 빌려 오후 1시30분에 예배를 드리고 있다. 취지를 이해한 가정들이 모이면서 20여명으로 늘어났고 김미희 전도사(찬양 담당)도 가세했다. 청소년들이 밴드도 만들었다. 사역은 영어권을 김 전도사가, 부모들을 중심으로 한 한어권을 허 전도사가 각각 분담해 해나가고 있다.
김 전도사는 “영어권 자녀들이 미국 교회를 다니는 것을 반대는 안하지만 문화적 환경이 다른 이들에게는 한인교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오직 하나님만 섬기겠다고 결심한 다니엘처럼 굳건한 신앙을 가진 자녀들을 길러낼 책임이 한인교회에 있다”고 말했다. 좋은 교육, 주류사회 진출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신앙인이 먼저 되지 않으면 한인교회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워싱턴대를 졸업하고 현재 존스 합킨스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는 김 전도사와 건축회사와 학원을 운영하면서 남침례신학대학원에서 신학 석사 과정을 마친 허 전도사가 팀웍을 이룬 ‘2세 올인’. 아직 공식적인 창립 예배를 갖기 전인데도 가장 확실한 ‘수익’을 배당받을 수 있는 21세기 미주 한인목회 패러다임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문의 (301)370-5033 허재범 전도사
주소 3400 Spencerville Rd.,
Burtonsville, MD
<이병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