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과 부딪히며 길을 찾는 한 청소년

2009-05-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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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김려령


미국의 5월엔 어머니 날 하루뿐이지만, 한국에서 5월은 아예 ‘가정의 달’로 이름이 붙어있다. 5월5일이 어린이 날이고 5월8일은 어버이날, 여기에 5월15일 스승의 날까지 보태면 가정과 학교를 망라해서 자녀가 부모를, 부모가 자녀를, 그리고 모두가 선생님들을 챙겨줘야 하는 ‘날’들의 잔치가 된다.

가정의 달이 선물주기의 연례행사가 되지 않고 뜻 깊은 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자녀, 부모, 선생님 모두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자세가 먼저 필요하다는 것은 하나마나한 소리일 것이다. 가정의 달 5월에 온 가족과 선생님까지 망라해서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책이 없을까? 결론은 ‘있다’이고 제목은 김려령의 ‘완득이’다.


완득이는 집도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지만 싸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열일곱 살 소년이다. 완득이는 어머니 없이 장애인 아버지와 삼촌과 함께 살아야 했다. 일찍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것 보다는 결핍을 먼저 알아야만 하는 어려운 형편.

하지만 세상은 따듯한 손길이 필요한 완득이에게 냉담했다. 그래서 완득이는 장애인 아버지를 놀리는 세상 사람들이 싫었고 그래서 세상 밖으로 숨고 싶었다. 하지만 철천지원수였다가 차츰‘사랑스러운 적’으로 변모하는 선생 ‘똥주’를 만나면서 완득이의 인생은 급커브를 돌게 된다.

선생님은 베트남 어머니를 찾아주었고 아버지가 일을 할 수 있게 해 주었고 킥 복싱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알려주었다. 완득이는 자신의 삶에 불쑥 끼어든 담임이 싫었고 귀찮았지만 어느 새 바뀐 자신의 삶을 보면서 서서히 세상에 닫힌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한국을 떠난 지 오래된 분들은 완득이의 어머니가 베트남 출신이라는데 놀랄 수도 있지만, 한국에 이주 노동자에 의한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고, 한국이 잘 사는 나라가 될수록 소위 빈부의 ‘양극분해’가 심해지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 이 소설에는 잘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주인공 완득이는 정해진 길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대신, 세상과 온몸으로 부딪쳐 자신만의 길을 찾아간다. 온실의 화초는 절대 알지 못할 생활 감각과 인간미, 낙천성을 가진 완득이를 통해 우리는 ‘희망’이라는 촌스러운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이형열(알라딘 서점 대표)
www.aladd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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