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정화 교수의 English for the Soul

2009-04-24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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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End of the World / 세상의 종말

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 /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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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does the sun go on shining?
Why does the sea rush to shore?
Don’t they know it’s the end of the world?
‘Cause you don’t love me anymore.

저 해는 왜 계속 반짝이죠?
저 바다는 왜 해변으로 몰아치나요?
사람들은 아직 모르나 보죠, 세상이 끝났다는 걸?
당신이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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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들어 봅니다.
1960년대 중반, 그 낭랑한 목소리로 세간의 실연을 혼자 도맡아 한탄하고 울먹이던 스키터 데이비스 [Skeeter Davis]. 지금 보면 유치할 정도의 순박한 낭만으로 버무려진 너무나도 단순한 멜로디를 입은 노래 한 곡이 21세기를 사는 인류의 심금을 여전히 울리고 있음에 감탄합니다. 이번 학기 ‘퍼블릭 스피킹’ 수업 시간에, 이른바 ‘가슴 아픈 노래’들을 주제로 스피치를 하던 한 여학생의 연설 소품들 중에 묻어 나온 노래 하나가 불현듯 나를 10대 소년의 아스라한 봄으로 되돌립니다.

이제 다 끝났는데 해와 달이 무슨 상관이며 파도가 치던 말던 내 알 바 아니라는 체념과 한탄이 아주 간단한 영어 문장으로 엮어집니다. 계속되는 세 개의 의문문. 해는 왜 계속 반짝이죠? 바다는 왜 파도를 해변으로 모나요? 사람들은 아직 모르나 봐요, 그 이가 날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말이에요?

그렇게 계속 묻는 질문들이 눈물과 하소연으로 범벅이 되면서, 아하 이건 어떤 답을 위한 질문이 아니라 그저 질문을 위한 질문이란 걸 곧 알아 차리게 됩니다. 소위, 수사의문문 [rhetorical questions]의 형식을 빌어 화자의 느낌을 더욱 강렬하게 전하는 수사학의 기본을 간파한 분의 노래임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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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do the birds go on singing?
Why do the stars glow above?
Don’t they know it’s the end of the world?
It ended when I lost your love.

저 새들은 왜 계속 지저귀는 거죠?
저 별들은 왜 하늘에서 반짝이냐고요?
사람들은 아직 모르나 보죠, 세상이 끝났다는 걸?
당신의 사랑을 잃을 때 다 끝났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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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they know?” 사람들은 모르나요? 참 한심하군요. “Don’t you know?” 당신은 모르세요? 당연히 아는 줄 알았더니. 이렇게 뻔한 걸 다들 모른단 말이에요? Don’t they know? 몰라요? Really? 정말 몰라요? 진짜 다들 모른다고요? 거 정말 이상하군요. 내 눈엔 분명 세상 모든 게 끝난 걸로 확연히 보이는 데, 당신들 눈엔 아직도 새들이 지저귀고 별들이 반짝이는 게 당연하다는 말씀인가요? 정말 믿기지 않는군요. 세상만 끝난 게 아니라 사람들 또한 제 정신이 아니군요.

하지만, 정녕 제 정신이 아닌 건 사랑을 잃고 지금 이 노래를 부르는 바로 그 분입니다. 해가 빛나고 바다의 파도가 해변에 이르며, 새가 지저귀고 별들이 반짝이는 이 대 자연의 오케스트라에 눈 멀고 귀 막힌 건, 바로 실연으로 자폐되어 영혼이 박제된 바로 이 참담한 얼이지 이 노래를 듣는 ‘they’는 아닙니다. 그런데, 그게 진정 사실일까요? 사랑에 깊게 빠졌다 놓친 그 암담한 심경을 모르거나 잊어버린 사람들이야말로 매 순간 다가오는 세상의 종말을 실감하지 못하고 사는 건 아닐까요?
“Don’t they know?” 사람들은 모르나요?


이렇게 묻고 또 묻는 이 가녀린 영혼의 부서진 가슴 안엔 태양도 바다도 새도 별도 다 사라져 버린 지 오랩니다. 봅니다, 해를. 하지만, 그 해는 이제 더 이상 빛나지 않습니다. 봅니다, 파도를. 하지만, 모릅니다, 왜 바다는 그렇게 파도를 해변으로 몰아 대는지. 듣습니다, 새들 지저귀는 소리를. 하지만, 더 이상 모릅니다, 그토록 열심히 지저귀는 새들의 속 사정을. 봅니다, 밤 하늘의 별들을. 하지만, 그저 뿌옇게 희미하기만 할 뿐 전혀 반짝이는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게 바로 내 가슴 안의 불이 꺼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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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does my heart go on beating?
Why do these eyes of mine cry?
Don’t they know it’s the end of the world?
It ended when you said goodbye.

내 가슴은 왜 계속 뛰는 걸까요?
내 이 두 눈동자는 왜 우는 걸까요?
사람들은 아직 모르나 보죠, 세상이 끝났다는 걸?
당신이 안녕이라 말했을 때 다 끝났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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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끝나버린 세상 속 내 가슴은 왜 아직도 뛰고 있냐고 반쯤 조소하듯 반쯤 비웃듯 자조하고 있습니다. 다 끝난 이 세상, 그런데 내 가슴은 어이하여 부질없이 박동을 계속하나요? 내 심장 하나도 내 마음대로 못하는 게 바로 사람 사는 세상임을 한탄합니다. 그 와중에 저절로 흘러 내리는 내 눈물을 바라보며 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또 누구냐 묻습니다.

사랑하는 당신이 안녕이라 말 했을 때 이 세상 모든 게 끝장 났음을 세상은 아직 모른단 말인가? 아! 이 속절없는 세상, 이 의미 없는 세상, 그런데도 계속되는 내 심장의 박동, 또 걷잡을 수 없이 흘러 내리는 눈물… 아! 대체 어쩌란 말인가? 그렇게 자조[自照]하며 스스로를 밖에서 바라보는 목격자의 시각을 견지함에 사뭇 감탄하게도 됩니다.

그렇게 묻고 또 물으며 실연의 아픔을 스스로 달래는 이 노래 구절을 음미하던 중 어느덧 여학생의 스피치가 끝납니다. 수업을 마치고 창문 밖 캠퍼스 벤치에 잠시 앉아 아직도 귓가에 매달려 있는 그 노래를 상기하다 갑자기 흠칫 놀랩니다. 아! 가만있자, 그러고 보니, 이 노랫말과 화두를 통해버린 선객의 오도송[悟道頌]이 크게 다를 게 없지 않은가!

허~참!

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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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for the Soul 지난 글들은 우리말 야후 블로그 http://kr.blog.yahoo.com/jh3choi [영어서원 백운재], EFTS 폴더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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