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 김현희(주부)

2009-04-07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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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아의 옷

나는 김연아 선수의 경기 영상을 볼 때마다 뭉클해지다 못해 울컥할 때가 있다. 어린 선수가 피겨스케이팅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에서 세계정상의 선수로 거듭날 때까지 거쳐 왔던 시간들이 안쓰럽고, 그럼에도 너무나 훌륭한 기량을 보여주어서 대견스럽기 때문이다.

그런 김연아 선수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고 세계 랭킹 1위가 되어서 금의환향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김연아가 대학에 첫 등교했다는 기사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장식했다. 사진들을 검색해 보니 등교 첫날부터 기자들과 구경(?)온 학생들의 카메라 세례에 만만치 않은 학교생활을 시작하겠다 싶어 안타까웠다. 김연아의 첫 등교만큼이나 세간의 이목을 끈 것은 연아가 입고 온 옷이 어느 브랜드냐는 것이었다.

흥미로운 건 세간에 주목을 받는 인사가 입는 옷은 언제나 조명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학력위조로 유명했던 신정아 사건 때도 신정아씨가 입고 경찰에 출두한 평범해 보이는 면티와 청바지가 고가의 브랜드 제품이어서 단 번에 유명해 지더니 매장에서 동이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린다 김 로비사건 때도 린다 김이 주로 입었던 유명 디자이너의 옷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 시켰던 적이 있었다.

옷이란 게 그저 추위를 막고 부끄러움을 가리는 게 전부였던 시절도 있었지만 개인적 생각으로 이제는 옷이야 말로 자신의 생활수준, 취향, 트렌드 등 내가 누구인 지 표현하는 행위예술의 경지에 이른 거 같다. ‘옷이 곧 나’를 대변하는 시대에 사는 사람들이 연아 같은 스타가 입는 옷에 관심을 두는 거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누구 누구와 똑같은 옷을 입는다고해서 내가 그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옷은 벤치마킹하기에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연아의 옷이 주목받는 것은 연아의 옷이 예뻐서가 아니라 실력으로 세계정상에 오른 연아의 가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전설의 미인인 서시가 자주 찡그린 얼굴을 했다고 한다. 찡그린 얼굴도 너무 예뻤는지 성안의 모든 처자들이 서시처럼 찡그린 얼굴을 하는 게 한동안 유행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웃는 얼굴이 찡그린 얼굴보다 백배는 더 예쁜 법인데 너도 나도 따라했으니 안 따라하느니만 못했던 처자가 어디 한 둘이었겠는가? 누구와 닮고 싶다면 우선 그 닮고 싶은 사람의 옷부터 보기 전에 그 사람의 참 매력의 가치가 어디서부터 나오는 지 찬찬히 살펴보는 게 앞서야 된다고 본다. 그렇다면 분명히 똑같은 옷을 입는 그 이상의 것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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