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 김현희(주부)

2009-03-31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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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추어로 살기

운전을 오래 했지만 일 년에 몇 번씩은 우리 집 드라이브 웨이에서 후진할 때 펜스에 달락말락 아슬아슬하게 차를 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애들 아빠는 꼭 한마디씩 한다. 왜 그래? 아마추어같이. 뿐만 아니라 전업주부로 살고 있지만 매일매일 무슨 반찬으로 어떻게 끼니를 차리나 고민을 하면 으레 똑같은 말을 한마디씩 듣는다. 프로가 왜 그래?

원래 아마추어란 말은 ‘취미로 음악, 예술, 문학, 스포츠, 기술을 즐기는 사람 혹은 비전문가’ 를 가리킬 때 쓰인다. 그리고 아마추어리즘은 ‘스포츠 등에서 직업적이 아니고 즐기기 위하여 경기하는 태도’를 말한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흔히 아마추어란 말을 우리 일상생활에서 즐기는 사람이란 뜻 보다는 미숙하거나 비전문성 가진 사람이란 의미로 쓴다. 그래서인지 누군가로부터 ‘아마추어 같다’는 말을 들으면 ‘내가 뭐 잘못했나?’ 라고 생각하게 되고, 반대로 ‘프로답다’는 말은 칭찬으로 듣는 것이 우리사회의 인지상정이 되었다.

내가 기억하는 한 ‘프로’란 말을 처음 들었던 때는 한국 프로야구가 시작되었을 때이다. 그 후로 ‘프로’란 말이 광고에 무차별적으로 사용되더니 ‘프로는 아름답다.’와 같은 주옥(?)같은 명카피가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의 머리 속에 침투해 들어왔다. 마치 ‘프로’처럼 생각하고 ‘프로’처럼 행동하는 일이 금과옥조처럼 떠받들어 졌다. 그런데 나는 정말로 ‘프로다워야 한다.’는 말이 부담스럽다. 뭐랄까? 사람을 탈수기에 넣고 탈탈 돌려서 쥐어짜는 느낌이 난다. 승률만큼 돈이 되는 직업선수들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기준을 모든 사람에게 강요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프로처럼 일을 해내는 것은 중요하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조직사회에서 각 사람이 자기가 맡은 분야를 전문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를 종종 봐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자 분야에 전문성과 완벽함을 기울이는 노력만큼 중요한 것이 아마추어리즘이 가지고 일 자체를 즐기는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즐기면서 일하는 마음가짐과 넉넉한 분위기에서 산출되는 사회적 역량과 인간적 행복이,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 돼 버리는 프로들이 만들어 내는 생산치보다 높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전히 차를 후진할 때 가끔씩 삼천포로 빠지고 결혼 십년차임에도 여전히 반찬걱정을 하는 나 자신을 좀 더 당당히 ‘아마추어’라고 불러줘야 겠다. 적어도 나는 아직까지는 사는 게 즐거운 일이라고 믿고 싶은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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