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단일기 / 김채영 실리콘밸리 한국학교 교사)
어린 시절을 되돌아 보면 학교 끝난 뒤 부모님이 사먹지 말라던 불량 식품 파는 근처에서 사먹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던 일과 아이들과 집까지 걸어 오며 쉴 새 없이 수다 떨며 오던 일, 그 날 임무의 전부였던 숙제를 얼른 끝내고 아이들과 공터나 집 근처에서 엄마가 저녁 밥 먹으라고 소리치시기 전까지 신나게 놀던 일, 방학 때 시골에 가서 친구들과 냇가에서 고기 잡던 일, 얼음 덮인 논에서 썰매 타던 일등이 추억으로 흑백 사진처럼 떠오른다. 그 당시 크게 새로웠던 것은 책 속에서만 내가 경험 못한 세상이 있는 줄 알았더니 흑백 텔레비전이 처음 들어와 내가 상상의 한계로 엄두도 못낼 세상의 이곳 저곳을 구경 시켜주고 간접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생각할 틈도 없이 고정 관념을 심어 준다고 바보 상자라고 불리워졌지만 내겐 다른 세상으로 안내 해주는 신기한 대상이었다. 텔레비전 방송이 끝나는 것을 알리는 애국가까지도 감동스럽게 지켜 보았었으니까……
내 아이의 어린 시절, 서울 어린이들은 놀이터에 노는 아이들도 없고 학교 끝나면 두 서너 개나 되는 학원을 순시하 듯 돌아야 하루가 끝났다. 그 때 가르쳤던 아이들은 선생님인 내게 엄마보고 학원 좀 조금 다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공부 공부 공부가 제일 중요한 가치였고 집에 피아노 없는 아이도 기본으로 피아노를 배웠으며 미술, 속셈, 한자등도 배웠는데 이것은 교양으로가 아니라 학교 성적 잘 받기 위함이었다. 그 당시 처음 나온 컴퓨터는 게임하고 즐기는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문물로 배워야 할 대상이고 과제였다.
요즈음 이 곳 미국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은 학교 끝나기 무섭게 스쿨 버스나 자동차로 집으로 데리고 와서 페스트 푸드나 집에서 만든 간식을 먹고 운동, 악기, 공부에 관한 개인 혹은 그룹 교습을 받는다. 운동이나 악기도 마치 전공이라도 할 듯이 최고를 위해 애쓴다. 그러다 틈나면 컴퓨터 게임에 몰두한다, 쉬는 시간에도 나가 뛰어 놀기보다 게임기나 휴대 전화, 아이 팟을 갖고 논다. 점점 자라면서 사람보다 컴퓨터나 기계와 친해져서 텔레비전 앞에 도란 도란 모여 같이 보고 채널 싸움하는 것도 옛말이고 각 자의 방에서 노트북을 끼고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보거나 문명의 산물로 주어진 것들을 가지고 즐긴다.
지난 시절을 추억하고보니 옛날엔 사람끼리 부대끼고 어울렸는데 지금은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등 기계가 끼어들어 삶이 점차 편리해지고 다양해졌으나 사람들과의 대화도 줄고 삭막해진 것 처럼 보인다. 다음 세대엔 도 다른 어떤 것이 생겨나서 우리 삶을 바꾸어 놓을까?
사람을 돌보고 청소하는 로봇이 생겨났던데 그 로봇에 인조 피부도 쒸우고 사람 모양과 점점 같아져 사람을 대신하는 로봇이 생긴다면 미래엔 학교에 가지 않고 선생님들도 필요없이 모든 정보와 가르침을 컴퓨터나 로봇에게 배울 지도 모른다. 사람과의 교류가 적어져서 사회 생활 속에서 더불어 살며 배우는 인간적인 것들이 사라지게 되면 기계가 사람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 지도 모르겠다. 각 종 미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처럼 살아가게 되는 건 아닐지 염려스럽다.
그러나 우리 먹거리로 간편한 페스트 푸드가 생겼을 때 나중엔 음식을 대신하는 알약으로 먹게 될까 했더니 건강을 중요시 하는 추세에 따라 Organic으로 직접 만들어 먹는 음식이 대세인 것처럼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삶이 추구되지 않을까 하며 괜히 코 앞의 일도 해결 못하면서 미래까지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