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물찾기 / 박선영(주부)

2009-03-19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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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창

나는 보물을 숨기고 남편은 보물을 찾는다. 엄밀히 말하면 간식을 말이다.

원래 남을 배려하고 성품 좋은 남편인데 워낙에 식성이 좋고 주전부리를 좋아하는지라 먹는 순간만큼은 너무 집중을 한 탓인지 당췌 주변사람 생각을 잊곤 한다. 신혼초기에는 밥상을 차려놓고 잊은 반찬이나 수저라도 가져올라치며 그 찰나의 순간에 이미 몇 개의 반찬은 동이나 있기 일쑤고 잠시 시간이라도 지체할 시면 때론 생선엔 뼈만 덩그러니 남아 있기도 했다. 이건 뭐. 내가 고양이도 아니고…

하지만 신혼 수줍은 새색시가 그런 상황에 항변하기엔 다른 것도 아닌 먹는 것이라 더 부끄러워 그냥 속으로 삭히고 말뿐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더해지기만 했다. 만두 열 개를 쪄서 내오면 적당히 상대방을 생각해서 5개를 먹고 일어서야 하는법인데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허겁지겁. 남편의 입 속으로 이미 사라진 여덟개의 만두여~


그런 남편에게 항변을 한 것이 결혼 5년차 때였다. 참으로 내밥그릇 찾는데 꽤나 긴 시간이 걸린 것이다. 왜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고 먹냐. 천천히 먹고, 이렇게 열 개가 있을 때는 5개만 먹어라! 그러고는 아예 한 접시에 함께 먹는 대신 뭐든지 각자 양만큼 나눠서 개인 접시에 덜어서 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의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미소를 머금고 내 접시로 남편의 젓가락이 침공하기 일쑤이다.

이런 남편이기에 창고 잘 보이는 곳에 간식거리를 턱 하니 올려두었다가는 나와 어린 아들은 종류불문하고 그 간식 맛보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아내는 고사하고 어린 아들 몫(?)조차 잊은 채 다 먹어버리고마니 다음날 아이가 자기 과자 찾으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실컷 간식 채워놓고 늦은 밤 컴퓨터하며 하나 먹어볼까~하며 창고문을 여는데 텅----비어있을 때의 그 황당함과 실망감이란. 어른인 나도 이런데 자기과자라며 신나서 사온 네살배기가 다음날 자기의 과자가 실종되었을 때의 그 실망감이란 오죽할까. 아무리 아이꺼라 상기시켜줘도, 먹을 땐 한꺼번에 다 먹지말고 좀 남겨두라 해도, 일단 먹기 시작하면 그 모든 것을 망각하게 되나보다. 그렇다고 몸에 좋지도 않은 주전부리를 넘치도록 사다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마켓에서 아이가 과자를 두 개라도 집으려 하면 몸에 안좋은 과자 딱 하나만 사라는 남편의 조언. 하나 샀다가는 맛도 못볼 것을 어린아들은 이미 직감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유치하지만 어린 아들을 위하여 가끔 보물을 숨긴다. 창고 틈새 구석구석 요리조리 숨겨놓는데 이야~ 이 또한 놀랍다. 본인의 옷이나 양말은 코앞에 두고도 못찾아 내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꽁꽁 숨겨놓은 보물찾기의 달인이니 말이다.

정말 각자의 간식에 이름표라도 붙여놔야 하는건지. 어제 네살배기 어린 아들이 눈을 반짝거리며 고른 이 과자는 어미가 어디다 숨겨줘야 하는건지. 그간 나의 각고의 노력으로 이젠 생선이고 고기고 맛있는 것은 아내와 아이 것을 제법 챙겨주며 먹는 남편이 되었지만 아직도 가끔씩 나의 보물숨기기 실패로 두아들(?) 사이에 분란이 생기곤 하니 이 노릇을 어찌하리요. 게다가 이렇게 먹는 것을 밝히는 남편은 계속해서 살이 빠지는 중이다. 남이 보면 나만 참으로 억울할 노릇이다. 애석하게도 큰아들과의 보물찾기는 아무래도 당분간 쭈욱~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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