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우정 칼럼/축하합니다. Mr. President.

2009-01-22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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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버락 후세인 오바마)는 내가 가진 능력을 다해 성실히 미국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미국 헌법을 존중, 수호할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
헌법이 정한 대통령 취임 선서문이다.

2009년 1월 20일 제44대 미 합중국 대통령에 취임한 ‘버락 후세인 오바마’ 대통령은 1월 21일, 백악관 내 ‘맵 룸’에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주관으로 취임선서를 다시 한다.

기자들이 ‘역사의 증인’으로 이 장면을 지켜본다. 전날, 미 의회의사당 앞에서 행한 취임 선서에서 어순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어순을 바꿔 선서함에 따라 헌법을 위반했다는 ‘위헌’주장까지 제기된다. 내용은 이렇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선언문을 선창하면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고(execute the office)’라는 구절 앞에 나와야 하는 ‘성실히(faithfully)’라는 단어를 순서를 뒤바꿔 잘못 읽었던 것. 비록 자신의 실수를 사과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고, 오바마 대통령도 웃음을 터뜨리고 악수를 청하며 ‘양해’했다는 보도이다.(연합뉴스) 그러나 뒷맛은 떨떠름, 오래간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부시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대법원장에 오른 인물이다. 아무리 처음 주관한 취임선서라지만, 대법원장이다. 서로 믿어야 하겠지만, 참으로 ‘부시 팀’다운 ‘실수’이다.


새 시대가 열린다. 오바마 대통령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미국은 해낼 수 있다고 앞장 서 이끈다. 두려움보다는 희망을 본다. 분쟁과 알력보다는 목적의 일치를 택한다. 우리를 오랫동안 눌러왔던 사소한 불만과 거짓약속, 비난과 낡은 교리에 대한 종식을 선언하자고 말한다. 오늘부터 우리는 스스로를 되찾고 먼지를 떨어내 다시 미국을 재건하기 위한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외친다. 지구촌의 축제, 새로운 바람과 설렘이 온 몸을 감싼다.

힘들었던 지난 8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얼굴 위를 덮친다. 집안 살림은 내 팽개치고 동네 방네 휘젓고 다니던 가장의 뒤끝을 본다. 9.11 테러 참사로 얼룩진 성조기가 이라크 전쟁으로 찢기고 또 찢긴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2008년 9월 금융쓰나미에 휩싸인다. 서운하겠지만 자랑할 것이 없다. 있다면 지구촌의 갈등과 반목과 가난과 전쟁.
피흘림과 곤고함과 참담함. 국민의 지지도 22%, 가장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손가락질. 안타깝게도 “미국은 현재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라는 후임자의 호소뿐이다.

그렇기에 오늘 ‘버락 후세인 오바마’ 정권의 출발을 보며, 우리는 서로 위로와 격려를 나누고 희망을 말하는 것이리라. 먼저 축복받은 대통령이고, 정권이라고 박수를 치고 싶다.

말이 그렇지 지난 1월 15일, 허드슨강의 기적이 ‘허드슨강의 참사’나 ‘뉴욕시의 비극’으로 끝났다면 어찌 되었을까. 별의 별 ‘말’과 ‘소리’가 흉흉했을 것이다. 모두 155명이다. 새로 출범하는 정권에 대한 증오와 저주라고, 오바마 대통령의 가슴을 할퀴었을 것이다. 기장 체슬린 설렌버거(Sullenbeger. 57)의 침착한 판단과 탁월한 조종술 그리고 영웅적인 경륜이 일궈낸 쾌거이겠지만, 하느님이 내려 준 경종이며 축복이라 믿고 감사 또 감사할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부나 시장에 대한 의견도 단순명료하며 중산층, 소시민의 눈높이어서 믿음직스럽다. ‘정부가 제대로 작동하느냐’만을 묻겠다는 것이다. 대답이 ‘Yes’라면 우리는 앞으로 나갈 수 있고, ‘No’라면 모든 프로그램들은 중단될 것이라 분명히 한다. 시장문제도 쉽게 푼다. “시장은 부를 창출해 내고 자유를 확대하는데 막강한 힘을 지녔습니다. 그러나 현 위기는 감시의 눈 없이는 시장이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져들고 부유한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사회는 더 이상 번영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고 확실한 뜻을 밝힌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며, 함께 천천히 가겠다는 말이다. 테러와의 전쟁이나 ‘악의 축’이라는 편가르기도 없다. 실추된 미국의 자존심까지도 꾹꾹 참는다. 핵 위협과 지구 온난화의 위협을 줄이기 위해서는 “오래된 친구들과 과거의 적들과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한다.
더욱 더 믿음직스러운 것은 대통령이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의 의무를 인식하고 이를 실천하기위한 새 시대의 책임감”이라고 스스로를 다짐하는 모습이다.

새 출발을 참으로 믿고 싶다. 다 좋다. 그러나 천재들의 말 잔치는 이제 끝났다. 과실을 손에 쥐어 주어야 한다. 바로 오바마 대통령의 책무요, 몫이다. 축하합니다. Mr. Presi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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