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를 맞이하며 / 김채영(실리콘밸리 한국학교)

2009-01-16 (금) 12:00:00
크게 작게

▶ 교단일기

12월 마지막 주엔 하얀 눈이 덮힌 설경을 눈에 눈도장 찍 듯 담아오기 위해 가까운 곳으로 가족 여행을 떠나곤 한다. 여행을 떠날 땐 들뜬 마음으로 떠났다가 돌아올 땐 집이 제일 편하고 좋다는 것만 깨닫지만 그나마 하나 둘 추억 거리는 건지고 돌아온다.

낮엔 스키를 타고 저녁엔 별 할 일이 없길래 종이를 주고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좋은 점, 고칠 점등을 써서 주고 받기로 했다. 집 떠나 호텔 방에 같이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인지 순순히 따라 주었다. 사실 슬쩍 이런 기회를 통해 내가 아이들의 마음을 읽으려고 한 거 였는데 도리어 그 들의 글을 읽고 낯이 뜨거웠다. 아이들이 어려서 뭘 모른다고 생각했고 비교적 완전 범죄에 가깝게 좋은 모습만 보였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나의 좋은 점과 고칠 점을 정확하게 꼬집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 눈이 무섭다고 하나보다. 어쨌든 서로에게 좋은 점을 알려 주어 격려도 하고 고쳤으면 더 좋겠다하는 점을 글로 알려 줌으로 해서 기분 상하지않게 가족간에 비추어진 자기의 모습을 되돌아 보고 생각해 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었다.

또 매년 12월 31일 밤엔 가족과 함께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러 간다. 지난 해를 돌아보며 잘못을 회개하는 시간도 갖고 감사했던 여러 일들에 대해 되짚어보다가 경건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는 것이 좋아서 간다. 오고 가는 차 안에서 아이들에게 내년의 계획이나 목표가 무엇인지 묻다가 내 결심과 각오도 말하곤 했는데 말로만 했더니 작년에 내 결심이 뭐였는지도 가물가물하고 아이들이 말한 것도 생각이 잘 나질 않았다. 말은 내가 먼저 꺼내놓고 엄마인 나부터 흐지부지 말 뿐이었던 것 같아 올해는 내가 지켰으면 하는 계획, 목표, 결심등을 종이에 써놨다가 연말에 `송구영신’ 예배 갈때 다시 점검해 보기로 했다.


아이들 앞에서 한 약속이라 부모 체면에 꼭 지켜야겠기에 미국인 대부분 1위의 소원인 `살 빼겠다’ 대신 `살 더 이상 찌우진 않겠다’로 교묘히 문장을 바꾸거나 끝을 노력하겠다로 바꾸어 못 지킬 시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두었다. 하지만 마음 속으로만 결심 한 것은 게으르고 싶어지는 자신과 적당히 타협하여 얼마간 노력하다가 그만 둘 것 같아 아이들 앞에서 꽝 하고 못 박 듯 얘기했으니 정말 지킬려고 노력할 것이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작문으로 `나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써보라고 한다. 자신을 돌아보라고 내준 글짓기지만 대부분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또 새해를 맞이 하여 자신의 새해 결심 각오등을 써 보게도 한다. 모두들 새해엔 부모님 말씀도 잘 따르고 공부도 열심히 할거라고 쓴다. 모두 결심은 화려하게 내세우나 실천이 어려운 것은 아이들이나 나나 똑같다. 누군들 열심히 잘살아서 목표를 이루고 싶지 않겠나? 그러나 몸이 따라주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작심삼일이어도 결심한 그 자체만으로 3일은 노력하니 아무 계획이나 결심 없이 사는 것보다 세우고 허물고 하더라도 또 다시 계획을 세워 도전하는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것 아닐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