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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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끼오… 호텔의 새벽을 깨우는 힘찬 울림

2009-01-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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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리만자로 등정기 <4>

킬리만자로의 첫날


킬리만자로의 첫 느낌이라면 늦은 저녁 동네의 공원에 온 느낌이었다. 2~3개의 희뿌연 가로등만이 희미하게 주차장을 비추고 있어 깔끔한 공항의 느낌은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주변엔 상가조차 없어 비행기가 내리지 않았다면 공항이라고 알아볼 수 없었을 그런 곳이었다. 이게 공항이야? 약간은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도착한 것만으로도 반가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슬람 경전 읽는소리
새벽 5시에 확성기로



어느새 대여섯 명의 포터(porter)들이 우리를 따라붙어 짐을 차에 실어준다. 우리를 태운 20인승 봉고차는 그 길로 우리가 묵을 브리스톨 코테지(Bristol Cottage)를 향해 떠났다. 지나면서 보이는 거리는 무척 낯설었다. 가로등도 없고 이어지는 상가도 없는 것으로 보아 외진 산길을 달리는 느낌이었다. 가끔씩 맞닿는 상가들도 한국의 60년대 변두리 상가들처럼 네온사인도 조악하고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창밖에서 스며오는 공기냄새는 어릴 적 시골에 놀러가 아궁이에 짚을 태우며 맡았던 그 냄새와 비슷하여 잊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아련히 떠올랐다.

심호흡을 한다. 아! 여기가 아프리카로구나… 하늘에 무수히 떠있는 많은 별들이 우리의 방문을 환영하는 듯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40여분 지난 후 우리는 모시(Moshi)라는 도시에 있는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은 아주 깨끗해 보였다.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정원이었다. 온갖 종류의 예쁜 꽃들을 군데군데 나누어 심어놓고 가장자리는 연초록의 키 작은 나무들을 가지런히 심어놓아 얼마나 단정하고 예쁜지 첫눈에 반하고 말았다. 자세히 꽃을 보니 LA에서도 볼 수 있는 낯익은 꽃들이었다. 꽃들은 공간을 초월하여 교감을 나누는 모양이다.

방 배정을 받고 들어가 짐 정리를 하고 난 후 이 곳에서의 첫날밤을 그냥 보내기가 너무 아쉬워 K2방으로 가서 그녀를 불러내었다. 그녀 또한 나와 같은 생각, 우린 식당으로 가서 맥주를 마시며 킬리만자로에 온 것을 자축하였다. 맥주의 이름 또한 킬리만자로였다. 나는 이미 마음에 바람이 들었나보다. 사소한 이야기 중에도 쉴 새 없이 웃음이 터져 나오는 걸 보니… 시간은 벌써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11월22일

새벽 4시30분 잠이 깨었다. 시차 적응이 안 된 탓인지 3시간 만에 잠을 깨었으나 정신은 무척 맑았다.

5시쯤 되니 어디선가 이슬람교의 경전 읽는 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크게 들려온다. 연이어 아침을 깨우는 수탉 우는 소리도 들린다. 얼마나 크고 오랫동안 우는지… 아마 그 소리에 놀라 다들 일어났을 듯싶다. 웃음이 나왔다. 이 상황은 교과서에서나 나오는 예기인데… 도시에서 자란 나는 아침에 수탉 우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까닭이다. 참~ 정겨운 소리다.

오늘은 하루의 휴식이 주어졌다. 아마도 내일부터 시작될 산행을 위해 쉬면서 체력을 보충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시내관광과 오후엔 산행을 위한 오리엔테이션 일정이 잡혀 있다.


우리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실제 사는 모습과 문화를 체험해 보기 위해 근처의 한 마을을 방문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우리의 킬리만자로 트레킹(Kilimanjaro Trekking)을 주관하는 회사의 담당자인 필립이 리처드를 소개해 줘 그 사람의 고향인 마터루니 빌리지(Materuni Village)를 가기로 했다.

리처드의 본가는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곳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그들은 참으로 순박하고 평화스러워 보였다. 우리를 바라보는 어린아이의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는 사람들, 어느 것 하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내 눈에 보이는 그 사람들의 생김새는 내가 평소 선입견(stereotype)으로 알고 있던 아프리카인의 모습이 아니다. 대부분 키가 크고 늘씬한 몸매에 엉덩이도 몸에 비해 크지 않았고, 입술도 두껍지 않고 오히려 서구적인 이목구비에 속눈썹은 길고 끝은 말리어 하늘을 향하고 있었으며 머리모양은 얼마나 예쁜지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이다.

다른 나라를 가 본 적이 없어 다 그렇다 예기할 순 없지만 어쨌든 이곳 모시에서 만난 아프리카인들은 너무나도 잘 생긴 모습들이었다. 반할 정도로…

문의: 재미한인산악회(Korean American Alpine Club, www.kaacla. com)

양은형 총무<재미한인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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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공원을 연상시키는 킬리만자로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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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하고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로 반갑게 방문객들을 맞아 주는 아프리카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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