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여행지로 따스한 곳을 찾는다면 남가주에 위치한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이나 데스밸리 국립공원이 제격이다. 하지만 샌디에고 인근에 위치한 안자 보레고(Anza Borrego) 사막 주립 공원도 여는 국립공원 못지않은 빼어난 경관을 간직한 곳이다. 당일 여행이라면 자동차로 흥미진진한 지형을 둘러볼 수 있고, 2-3일의 여유가 있다면 온천과 짧은 하이킹 코스들을 즐기는 옵션을 추가할 수 있다. 샌디에고에 있는 숨은 보석 여행지 안자 보레고로 겨울 나들이를 떠나 보자.
자료제공 <김인호 산악인>
■가는 길
LA에서 안자 보레고 사막까지는 여러 길을 선택할 수 있으며 가장 무난한 길은 5Fwy South → 79Hwy → S2로 가는 방법이지만 목적지에 따라 10Fwy → 86Hwy → S22, 혹은 5Fwy → 8Fwy → S2로 연결되는 길을 택할 수도 있다. LA에서 편도 운전 시간은 약 3시간 30분이다.
기기묘묘 계곡·오아시스 팜트리·온천까지
지역적으로 팜스프링스 남쪽에서 시작하여 살톤시(Salton Sea)를 옆에 두고 멕시코 근처까지 뻗어있는 안자 보레고 사막은 대부분 샌디에고 카운티에 속하지만 리버사이드, 임페리얼 카운티에도 일부 포함이 된다. 행정적으로는 조그마한 소도시 보레고 스프링스(Borrego Springs)와 오코티요 웰스 차량 공원(Ocotillo Wells Vehicular Recreation Area) 그리고 안자 보레고 주립 공원으로 크게 나눠진다.
스페인의 개척자 후안 바우티스타 데 안자(Juan Bautista De Anza)와 큰 뿔 산양이란 뜻인 보레고(Borrego)가 합친 공원이름은 사람과 자연의 조화를 상징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주립공원으로 알려져 있는 안자 보레고 주립공원은 60만에이커의 광활한 지형에 거친 돌산과 샌드스톤 계곡(Sandstone Valley), 초목의 분지로 구별되는데 곳곳에 숨어 있는 비경들이 많아 겨울철 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다.
강우량이 적고 메마른 곳이어서 삭막한곳으로 상상될 수 있지만 한겨울철에는 청명한 하늘아래 맑은 공기가 가득하고 낮 기온이 평균 70~80도를 유지하여 매우 쾌적한 느낌을 갖게 한다. 강우량이 많은 겨울철 이듬의 봄에는 야생화들이 만발하기도 하는데 융단처럼 깔려있는 민들레 속에 버베나, 데저트 해바라기, 프림로즈 등이 화려하게 피어오른다. 또한 공원의 상징물인 오코티요 선인장의 가시 돋은 가지에도 빨간 꽃봉오리들이 솟아오른다.
해발 40피트의 분지에서 6,000피트의 고산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지형 속에 기기묘묘한 볼거리들이 숨어있는 안자 보레고 사막은 따스한 겨울 휴양지이면서 또한 야외활동을 즐기려는 방문객들이 새로운 멋을 발견할 수 있는 장소이다. 워낙 넓은 지역이어서 하루나 이틀에 공원 전체를 둘러보기는 불가능하지만 기호에 따라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몇몇 주요 장소들은 다음과 같다.
사막의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을 접할 수 있는 아구아 칼리엔테 캠핑장 안에 있는 실내 온천.
수많은 세월의 풍파 속에 침식된 샌드스톤의 행렬.
끝없이 펼쳐진 구릉 까마득한 계곡‘아찔’
팜트리에 둘러싸인 오아시스는 항상 수량이 풍부하다.
공원 내에서 다른 어느 곳보다 웅장한 사암 계곡을 만날 수 있는 샌드스톤 캐년.
조용하면서도 아늑한 백 컨트리 캠프장. 퍼밋이 필요하지 않다.
보레고 스프링스(Borrego Springs)
7,000스퀘어피트의 방문자 센터에서는 기념품, 안내책자, 지도 등을 구입할 수 있고 안자 보레고 사막을 자세히 소개하는 영상과 함께 역사적인 유물과 소장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방문자 센터에서 시작되는 45분의 자연로 걷기는 스태프들의 안내하에 공원에 대한 정보와 이곳에 자생하는 동식물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보레고 팜 캐년 캠프장(Borrego Palm Canyon Campground)에서 시작되는 하이킹은 3마일, 약 2시간 코스로 사막에 흐르는 물길을 따라 판팜(Pan Palm) 트리들이 자생하는 오아시스를 구경할 수 있다.
방문자 센터 못미처 있는 로타리 부근에 자리한 질베르토 타코(Jilberto’s Taco)는 이 지역에서 꽤 유명한 식당인데 조그마한 타코 전문점이지만 사막을 횡단한 뒤에 입맛을 돋우는 각종 별식을 특유의 살사를 곁들여 맛볼 수 있다.
컬프 밸리(Culp Valley)
보레고 스프링에서 S-22도로 서쪽 산 위로 약 10여분 운전하면 오른편으로 평평한 지형의 컬프 밸리를 만나게 된다. 안쪽으로 주차를 하고 뷰 포인트(View Poiont) 팻말을 따라 잠시 올라가면 ‘캘리포니아 라이딩 앤드 하이킹’(California Riding & Hiking) 등산로를 만난다.
여기서 오른편 산등성이로 올라가서 가장 높은 지점에서 내려다보는 사막 풍경이 풍요로우면서도 인상적이다. 멀리 코요테 마운틴(Coyote Mountain)을 배경으로 넓은 분지에 자리 잡은 보레고 스프링스가 한눈에 들어온다. 캠핑장으로도 사용되는 컬프 밸리는 물이나 화장실은 없지만 조용하고 한가로운 분위가 만점이다.
폰츠 포인트(Font’s Point)
오랜 세월에 걸쳐 퇴적된 지층에 풍화작용이 겹쳐 기기묘묘한 형태의 굴곡과 협곡을 만들어 놓은 배드랜드(Badlands)를 내려다 볼 수 있다. 보레고 스프링에서 S22 도로를 따라 동쪽 방향으로 약 15분 정도 운전하면(Hwy 표지판 29.3마일 지점) 넓은 비포장도로가 나오면서 폰츠 포인드 사인이 나온다. 약 4마일의 비포장도로를 더 달려야 하는데 일반 승용차로도 통과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래가 깊은 지역이 있고 비가 온 후에는 와시(Wash)를 따라 길이 훼손될 수 있으므로 도로상황을 미리 알아보도록 한다. 또한 폰츠 포인트의 절벽은 안전장치가 없으므로 어린 자녀들의 경우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캘사이트 캐년(Calcite Canyon)
폰츠 포인트에서 동편으로 약 10여분을 더 운전하면 Hwy38마일 표지판 지점에 좌측으로 골이 깊은 계곡을 만날 수 있다. 조그마한 돌탑동판에 캘사이트 광산(Calcite Mine)이란 이름과 함께 2차 세계대전 당시 조준경 캘사이트 결정체(수정)를 추출한 광산개발 지역이었다는 안내가 적혀 있다.
이곳에서는 하이킹과 4×4차량 운전을 즐길 수 있는데 계곡 아래로 내려가면 좌우로 넓은 비포장길이 나있다. 앞쪽으로 반듯이 올라가는 길은 광산으로 연결되는데 왕복 4.2마일로 걸어서 약 2시간이 소요된다.
좀 더 특색 있는 캐년 구경은 왼쪽으로 넓게 나있는 4×4차량 길을 따라 약 10여분 들어가면 입구가 좁은 계곡을 만나게 된다(4×4차량이 있다면 이곳까지 운전해 올 수 있다). 여기서 부터는 양편으로 우뚝 솟은 샌드스톤 계곡 사이로 길이 점점 좁아지는데 어느 부분은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날 수 있을 정도로 폭이 좁다. 약 30여분 정도 비밀 통로를 탐험해 보다가 막힌 지점에서 돌아 나오도록 한다. 계곡은 그늘이 져있어 한낮에도 선선하며 빗물에 씻겨 내려온 고운모래가 바닥에 가득하다.
샌드스톤 캐년
안자 보레고 사막을 안내하는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샌드스톤 계곡은 도보 하이킹도 가능하지만 4x4 차량 트레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수십층 높이의 절벽사이로 차한대가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지형은 가까이 혹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감흥을 불러온다. 안자 보레고 사막의 많은 지역이 이러한 4x4 트레일로만 연결되기도 한다. 오코티요 웰스(Occotillo Wells)에서 스플릿 마운틴 로드(Split Mountaon Road)-피쉬 크릭 와시(Fish Creek Wash)를 따라가면 샌드스톤 캐년(Sandstone Canyon)으로 연결된다. 4x4차량만 통과가 가능하며 차체 바닥의 높이(Clearance)에 따라 일부지역은 통과가 불가능한 곳이 있으므로 관련지도를 지참하고 위험한 지역을 무리하게 운전하지 않도록 한다.
아구아 칼리엔테 공원(Agua Caliente County Park)
아구아 칼리안테(Agua Caliente)란 더운물, 즉 온천을 지칭하는 스페인어로 남가주에서는 온천이 솟아오르는 지역마다 이 같은 이름을 자주 접할 수 있다. S-2 남쪽입구에서 약 30여분 거리에 있는 아구아 칼리엔테 공원은 조그마한 동네를 연상케 하는 캠프장이 조성되어 있으며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빈자리가 많지 않다. 또한 RV를 주차하고 여러 날 혹은 한 겨울을 지나는 가족들도 눈에 띈다. 캠프장 한가운데는 온실처럼 마들어진 온천욕장이 있으며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곳 지형은 반월형 돌산을 병풍처럼 뒤로하고 가운데 아늑하게 자리 잡았는데 뒷편의 돌산을 따라 한 바퀴 돌아 나오는 문라잇 트레일(Moonlight Trial)이 유명하다. 캠프장 140번에서 시작하여 RV 파킹장으로 돌아 나오는 이 등산로는 멀리 바라다 보이는 안자 보레고 사막의 산세들과 돌무더기 사이에서 자라나는 각종 선인장들이 볼만하다.
인디언들의 주거지였던 오아시스. 현재는 많은 동물들의 보금자리이다.
마운틴 팜 스프링스 (Mountain Palm Springs)
사막에서 자생하는 팜트리 군락과 오아시스를 구경해보는 마운틴 팜스 스프링스는 공원 남단 S-2국도 표지판 47.1마일 지점에서 만날 수 있다. 왕복 2.5마일로 약 1시간 30여분에 둘러볼 수 있고 계곡 안으로 넓게 펼쳐있는 팜트리들과 침식된 샌드스톤 바위들이 볼만하다. 주차장에서 물길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수 그루의 팜트리들이 군데군데 보이는데 계속하여 언덕을 넘어서면 처음보다 훨씬 큰 무리의 팜트리 군락을 만나게 된다. 입구에서는 이 근처에 거주하였던 인디언들이 팜트리에서 자라는 열매를 식량으로 취했다는 안내문이 있다. 늦가을부터 내린 비로 촉촉이 적은 오아시스는 여러 동물들의 보금자리이기도한데 항상 볼 수 있는 새들과 나비들뿐 아니라 올빼미, 코요테등의 큰 동물들도 이곳의 물에 의지하며 살고 있다.
모테로 팜스(Motero Palms)
안자보레고 주립공원 남단에 위치한 모테로 팜스는 아늑한 세팅으로 조용한 분위기의 백 컨트리캠핑(Back Country Camping)을 즐기는 야영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황량해 보이는 사막의 돌산들도 가까이서 보면 사뭇 모양새가 달라지는데 모테로 팜 인근의 캠프장은 넓고 평평한 자리와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지막한 나무들도 있다.
높고 푸른 하늘, 청량한 공기가 감도는 모테로 팜스에서 돌산을 넘어 고트캐년(Goat Canyon)까지 다녀오는 등산로가 있다. 약 6마일거리지만 길이 분명하지 않고 매서운 선인장이 널린 돌산을 가파르게 올라가므로 5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백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