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Happy Birthday to Me! / 김희숙(전 방송인)

2009-01-1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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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창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하면, 나보다 조금 더 인생을 사신 분들껜 언짢게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살면서 넉넉해지는 마음을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나로서는 숫자 하나 더함에 어느덧 배시시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에 그렇습니다. 궁금하신가요. 어찌 나이에 관한 여유를 느낄 수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그것도 여자인데, 한 살의 나이를 더해가면 곧바로 나타나는 객관적 징후가 뻔하건만. 아침에 일어나면 잠자리에서 구겨진 얼굴이 제대로 펴지기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하고, 웃을 때면 눈과 입가에 주름이 잡혀서 언듯 주저되는 나이. 아이 셋을 낳았으니, 아무리 옷 매무새를 다잡아도 늘어진 배를 감출 순 없어서 신경을 써야 할뿐더러, 새로 돋아나는 머리가 어느덧 하얗게 변한 비애로 인해 한 달에 한 번은 염색을 해야 할 만큼 바빠졌는데 말입니다.

경험은 곧 지혜란 말을 기억합니다. 겪어보지 않고서야 어찌 그 진수를 알 수 있을까요. 살아가며 주위에 생겨나는 모든 일들에 뜻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 참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어렸을 때엔 그저 감당하고 좇아가면 됐습니다. 동기가 어떠했던지 간에 순간마다 사건연속인 삶의 현장에선, 그저 앞으로 내 달려야 하는 속도에의 순응 외엔 없었습니다. 전혀 다른 인격의 사람과의 새로운 결합이 있었고, 그로부터 생명이 태어나 내가 아닌 또 다른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것에 매달리며 사는 동안, 젊었을 때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이젠 이해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고, 그 과정은 점차 경험이란 이름으로 쌓여 갔습니다. 비로소 세월에의 여유로 거듭나는 것- 나이가 들면서야 가능한 지혜가 아니겠습니까.

시시비비로 겪는 갈등이 아주 없어졌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적어도 한 차례 걸러낼 만한 여유는 생겨났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까요. 아이들을 대함에 있어서도 무조건 서두르기 보다는 눈을 마주하고 마음을 전달하는 노력을 할 수 있게됨도 나이가 들어서 생긴 변화입니다. 남편과의 대화에 있어서, 전적인 우러름이라 말할 순 없어도 최소한 상대를 배려하고 예의를 갖추게 되었으니 이 또한 젊었을 때엔 어림없는 일이었습니다. 소리 내어 웃거나 감성적인 표현을 함에 있어 아직도 팔팔하고 솔직합니다만, 이젠 많은 부분 미소하거나 생글거리는 것으로 대신하는 중입니다.

지난 주말, 나와 생일이 며칠 상간으로 있는 친구 두 명과 함께 오랜만에 셋이 모여 생일점심을 나눴습니다. 독특한 개성에 빛나는 우리 세 명은 최소한 일년에 한 번, 생일을 공동 축하하는 만남을 가집니다. 열심으로 삶에 충실한 우리는, 오십이 되는 나이에 여전히 당당하고 아름답습니다. 우린 나이 들어가는 것에 주저하지 않고 더 자신감을 가지고 좋은 열매를 맺기로 했습니다. 나이들어 가는 것을 즐기면서 말입니다. Happy Birthday to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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