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기쁨
2008-12-30 (화) 12:00:00
세월이 정말 빠르다. 작년 성탄절에는 온종일 마음에 드는 책에 붙잡힌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일 년이 훌쩍 지났다. 한 친구는 교양 있는 사람의 정의를 “혼자 있어도 지루해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좋은 책만 손에 들고 있으면 외롭지 않다. 따뜻한 봄날 화사한 햇살을 등에 받으며, 또는 창밖에 흰 눈이 펑펑 쏟아지든가 찬 비바람이 흩뿌리는 사나운 날씨에 따뜻하고 아늑한 방에서 향긋한 차라도 한잔 마시며 마음에 꼭 드는 책을 읽는 기쁨은 삶 속에서 그리 흔하지 않은 행복중의 하나다. 그리고 아내와 같은 책을 읽고 서로의 느낌을 나누는 것은 우리를 더 가깝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오래 같이 살다보니 서로의 느낌이 비슷해 놀랄 때가 있다.
한국 사람은 일본이나 서구 사람들에 비해 책을 덜 읽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흔히들 독서를 취미의 하나로 꼽기도 하지만,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삶의 필수라 생각한다. 책은 시공을 초월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마음껏 여행하게 하고, 국경을 넘어 여러 곳을 드나들게 하며, 타인의 생각과 삶을 엿보게 한다. 한 개인의 삶의 영역은 극히 제한적인데, 독서는 저자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하게 하므로 우리 삶의 영역을 넓히고 그 깊이를 더하게 해준다. 살다보면 많은 실수와 시행착오를 하게 되는데 독서를 통해 많은 것을 깨달은 분들은 이러한 시행착오가 적을 것이다.
아들을 키우면서 끊임없이 강조한 부분은 독서의 중요성인데 인터넷에 저만치 밀려 독서에 소홀한 것이 안타깝다. 물론 정보를 얻는 데야 인터넷이 빠르고 편리하겠지만 사상, 문학, 역사 등 인생에 깊이를 더하는 데는 독서를 대신할 수 없다. 본인은 고등학교 때부터 책 읽기에 재미를 붙였다고 생각되는데 아마도 미우라 아야꼬의 ‘빙점’이 처음으로 밤새워 읽은 책으로 기억된다. 정말 많이 울었다. 주로 슬픈 책을 선호한 것을 보면 그리 밝지 않았던 나의 성격을 잘 반영한 것 같다.
책에 얽힌 이야기는 많다. 중학교 때 은사인 잘 알려진 시인은 가난한 살림에 여유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우선 책 구입에 모든 돈을 소비해 사모님을 몹시 힘들게 했다. 몇 년 전 돌아가신 목사님은 만권에 가까운 장서를 유품으로 남겨 세인을 놀라게 했다. 한국에서 형님처럼 따르던 사람은 아무리 늦게 술을 마시고 집에 와도 책을 한자라도 읽지 않고는 잠자리에 들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는데, 이 분은 시골에서 고등학교 때 홀홀단신 상경해 고학을 거쳐 결국은 대도시의 방송국 사장이 되었다. 우리 가족 중 한 명인 미국인 변호사는 틈만 있으면 책을 읽어 아는 것이 참 많은데,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라는 TV 쇼에 출연해 50만 불의 상금을 받았다. 본인이 출석하는 교회의 담임목사님은 50세 생신 때 성경에 나오는 희년의 정신으로 대부분의 장서를 본 교회 도서관에 기증해 성도들에게 읽을 기회를 주었다. 참 아름답고 감사한 일이다.
이 세상에는 매일 새로운 책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겠지만, 매년 베스트셀러가 성경책인 것은 기정사실이라 발표 목록에서 아예 제외된다. 성경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인생의 궁극적 존재 이유와 목적을 제시하고, 인생의 근본적 문제인 죄와 사망을 다루고 있다. 또한 인생에 필요한 경제, 사회, 인간관계, 가정생활 등 모든 분야에 필요한 지혜를 더해준다. 우리가 사는 이곳 땅에는 누구나 성경을 쉽게 구하고 읽을 수 있으므로 성경을 소홀히 하기 쉽지만, 지금도 지구상의 많은 곳에서는 성경을 몰래 보급하기 위해 많은 위험을 감수하며, 또한 단지 성경을 읽는 것만으로도 목숨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 성경을 더 귀하게 여기게 된다. 새해에도 많은 책을 읽기 원하지만 특히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읽는 기쁨에 더욱 깊이 빠지기를 소원한다.
박찬효
FDA 약품 심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