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뻥이야! / 송일란

2008-12-26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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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단일기

이야기 하나.
지구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별에 외계인들이 살고 있었어. 그들은 과학이 아주 발달해서 그곳에서도 지구를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볼 수 있었지. 보면 볼수록 자신들보다 재밌게 사는 것 같은 지구인들이 참 신기했단다. 자신들과는 다르게 맛있게 먹고 기뻐 뛰노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어. 그들은 인간의 모습과 똑같이 생긴 외계인을 만들어 지구에 보내기로 했단다. 그를 지구로 보내 인간의 사는 모습을 배워 오도록 할 생각이었어. 그를 떠나보내는 날, 외계인들은 지구인과 구별하기 위하여 새끼손가락 마디에 살짝 줄을 하나 더 그어 놓았단다. 그 새끼손가락을 하늘을 향해 들고 있으면 지구에서도 외계인들이 사는 별과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거란다. 그 외계인은 지구에 내려와 지구인들처럼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았어. 그런데 어젯밤 이제는 돌아오라는 명령을 받았어. 그곳엔 자식도 데려갈 수 없단다.

실제로 새끼손가락에 줄이 하나 더 그어져 남다른 손가락을 지니고 있는 내가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아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다. 그 외계인이 바로 엄마라고 하면서 너희들을 두고 곧 떠나가야 한다고 슬픈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이들은 대성통곡을 하며 가지 말라고 애원을 했었다.

장면 하나.
초등학교 다니던 아이들이 산타 할아버지 드시라고 벽난로 밑에 케익 한 조각과 요구르트 한 개, 산타 할아버지 수고 하신다는 카드도 써 놓고 선물을 잔뜩 기대하며 잠이 들었다. 엄마인 나는 아이들이 잠든 것을 확인한 뒤, 차 트렁크에 숨겨 놓았던 선물꾸러미를 벽난로 밑에 갖다 놓은 뒤 그 옆에 앉아서 아이들의 카드를 뜯어보며 케익과 요구르트를 야참으로 맛있게 냠냠 먹었다. 애들이 준비한 산타 할아버지 간식이 내 뱃속으로 들어간 것이 미안해 산타 할아버지 사는 곳 글자랍시고 꼬부랑꼬부랑 킥킥대며 그림을 그리듯 답장을 써 놓고 잠이 들었다.


이 답장 카드를 보관하고 있던 딸은 중학 2학년까지 산타 할아버지 사는 나라를 꿈꾸며 살았다. 근래에는 엄마가 너무 심하게 장난을 쳤다며 원망을 하기도 한다. 뻥으로 아이들을 키운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아이들은 다 커서 이제 나랑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지만 뻥치던 그 시절이 그립다. 그 시절에 더 재미난 이야기를 읽어주고 만들어주고 할 걸 아쉬움이 꾸역꾸역 차오른다. 각박한 세상에 나오기 전 더 많이 꿈꾸고 더 많이 재밌게 해줄 걸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직 어린 한국학교 아이들에게도 엉뚱찬란한 이야기를 많이 해 주게 된다. 동물 이야기부터 세상 따뜻한 이야기까지 아이들의 마음 바탕에 좋은 이야기로 기초 공사를 한 뒤 세상에 나아가게 하고 싶어서이다.

장면 둘.
습관적으로 입에 바람을 잔뜩 넣고 붕어처럼 있는 나를 보고 학생이 뭐하는 거냐고 묻는다. 선생님은 공기만 먹고 사는 선녀라고 했더니 이 어린 학생 진지하게 끄덕거린다. 잠시 후, 그 학생이 나처럼 입에 공기를 머금고 앉아 있다.

나 : OO 야, 뭐하니?
학생 : 나도 선녀 될려구요.
나 : ???? (내가 너무 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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