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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스, 써도 너무 쓴다

2008-12-2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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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루어스 구단주, 샐러리캡 제의

이대로! 한국이 이른바 IMF사태로 불리는 극심한 외환위기에 봉착했을 때, 그 위기에도 끄덕없는 부유층 가운데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이 건배할 때 했다는 외침이다. 환란이 닥치니 맷집 약한 부자들, 부자 아닌 부자들이 떨어져나가고 알짜부자들은 더욱 폼나게 살 수 있으니 좋다는 뜻이다. 정말로 그랬는지 누군가 지어낸 것인지 몰라도, 그 위기를 공공연히 즐기는 이들은 분명히 있었다. 이들이 했다는 말도 안되는 말 가운데 하나는 이것이다. 개나 소나 다 차를 몰고 다니는데 요새 차가 줄어서 길이 잘 뚫리니까 좋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가중된 세계적 경제난은 메이저리그야구 자유계약선수(FA) 트레이드시장에도 매섭게 몰아닥쳤다. 그러나 알짜부자에게 불황은 없다. 있어도 타격이 적다. 알짜부자 구단에는 불황이 오히려 기회다. 곳간 사정이 여의치 않은 다른 구단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지갑을 열까말까 고심하고 있을 때, 남보란 듯이 뭉칫돈을 써가며 시장을 장악할 수 있어서다. 불황 속 부자의 프리미엄은 또 있다. 예전 같으면 트레이드시장이 서기 무섭게 팔려나갔을 대어급 FA들이 한참 지나도 새 정처를 찾지 못해 자연스레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다. 알짜부자 구단으로선 평소보다 싸게 수퍼스타들을 다수 확보할 수 있다. 요즘 뉴욕 양키스가 그렇다. 짐짓 여유까지 부려가며 황금FA들을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다. 보다 못한 몇몇 구단이 양키스에 불만을 터뜨렸다.

밀워키 브루어스의 마크 아타나시오 구단주는 메이저리그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구단별 연봉 총액을 제한하는 샐러리 캡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양키스 같은 돈 많은 구단들인 FA시장을 독과점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불만이자 읍소다.


양키스는 최근 테셰이라와 8년간 1억8,000만달러에 달하는 장기계약에 합의했으며 투수 C.C 사바티아와 A.J 버넷을 포함해 세 선수와 무려 4억2,400만달러에 계약을 끝마쳤다. 그동안 테셰이라를 잡으려고 보스턴 레드삭스, 워싱턴 내셔널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이 쟁탈전에 끼어들었지만 천문학적인 몸값을 제시한 양키스의 힘에는 미치지 못했다.

아타나시오 구단주는 양키스가 지금과 같이 한다면 누구도 그들과 경쟁할 수 없을 것이라며 따라서 메이저리그에도 샐러리 캡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메이저리그는 미국 프로스포츠 중 샐러리 캡이 없는 유일한 종목으로 대신 선수단 연봉 총액이 MLB가 제시하는 일정 금액을 넘을 경우 초과액의 40%에 대해 부유세(Luxury Tax)를 부과하고 있다.

아타나시오 구단주는 나는 팀 전체 선수에 2억2,000만달러를 썼는데 양키스는 선수 3명을 얻기 위해 4억2,000만달러나 투자했다며 매년 연봉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양키스를 부유세로는 제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올 시즌 양키스는 연봉 총액 1위로 총 2억900만달러을 써 연봉 총액이 가장 적은 플로리다 말린스(2천200만달러)보다 10배 이상 많은 돈을 썼다.

<외신종합 /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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