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장작불로 행복한 크리스마스 지피고 싶어
2008-12-23 (화) 12:00:00
서울 대치동 포스코 건물 앞에 가면, 거의 쉰 그루가 넘는 나무가 불꽃으로 피어나 황홀한 모습으로 연말 휴일의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거의 한 블록의 나무들이 작은 반짝 별로 수 놓인 광경은 나이 들은 내 입에서조차 아,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남대문 시청 방향으로 가면 건물 꼭대기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색색의 빛 가운데 물이 떨어지듯 가물거리며 내리는 불방울 역시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비록 좋지 않은 경기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이 얼어붙어 있지만, 성탄 장식이 주는 동화 같은 분위기는 마음의 희망을 지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겨집니다.
고통 없이 어찌 기쁨을 알 수 있을까요. 고난과 갈등은 축복을 위한 전주곡이라, 그 과정을 통해 알아가는 삶의 진수가 상처를 영광으로 바꿀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scar가 star로 변해가는 거라 말하던데요. 어렸을 때엔 그저 내 앞에 놓인 과제만 감당하면 다른 어려움이 없었지만,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고 그로 인한 책임과 의무가 등장하면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감당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또한 일을 하면서 사람 사이의 관계망이 넓혀진 지금의 시기엔 일차원적인 것을 떠나 이차원, 삼차원의 것까지 헤아리려 하니, 때론 버거울 때가 있음이 사실입니다. 밀고 당기는 수순을 겪으며 스스로 비웃거나 한심하다 여기지만 그 역시 삶의 한 부분이고, 한 걸음만 비켜나면 금방 해결할 것을 왜 그리 미련을 떨었나 싶어 실소하기도 합니다. 조금만 나를 낮추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해결될 일을 가지고 사소한 것에 목숨 걸 듯 시시비비를 따지려는 것이 부끄러운 거지요. 이래서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어렵다는 걸지. 아이와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건 결코 이성적이기를 포기하라는 것이 아닌, 내가 가진 감성을 인해 남을 힘들게 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를 믿고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착한 마음이란 생각을 해 봅니다. 아이들이 부모의 말을 판단하려 하기보다 그대로 믿고 따라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성탄 장식의 불빛이 내 마음을 행복하게 하듯, 말구유에 놓인 아기 예수님을 생각하며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아이처럼 신뢰하고 사랑하는 가운데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맞고 싶습니다. 비록 눈이 쌓여있는 성탄의 모습을 여기 샌프란시스코에선 볼 수 없지만, 머리 속에 그려진 하얀 눈과 아우러진 따뜻한 장작불을 마음에 지피고 성탄의 기쁨을 함께 누릴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