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에
2008-12-23 (화) 12:00:00
한나절내 잡초가 무성한
산비탈 밭을 갈아 엎느라
힘에 겨워 하얀 입김을 헉헉 토해내며
쟁기를 끄는 암소,
암소가 끄는 쟁기 옆에는
새끼 송아지가 졸망 졸망 따라 다닙니다.
새참 시간이 한참을 지나가는 데도
주인은 쉴 생각은 않고
오히려 일이 줄지 않는다고
온갖 짜증을 내며 성깔을 부립니다.
못마땅한 주인과 나를 이토록 괴롭히는
쟁기를 다 팽개쳐 버리고
아지랭이가 피어나는 저 들판를 넘어
한없이 마냥 달리고 싶습니다.
내가 떠나 버리면
세상 물정 모르는 저 귀여운 송아지는 어쩌지.
주인은 도망간 내가 미워
죄없는 송아지에게 잔뜩 화풀이를 할꺼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힘이 좀 든다고 평생 끌어야 할 쟁기를 팽개치고
내게 부여된 임무를 이렇게 포기하는 짓은
지탄 받아야 할 명백한 직무유기야.
나를 따라 다니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내 새끼 송아지야!
잠시나마 헛되고 잘못된 생각을 한 엄마를 용서해 다오.
그리고 주인님! 제 멍에가 헐거워 졌으니 꽉 좀 매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