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할머니 치마폭

2008-12-16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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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혜정 (폴스 처치, VA)

할머니가 보고 싶구나!
눈이 오는 날이면
꽁꽁 언 고사리 같은 손 사르르 녹여주시며
“아이고 내 강아지, 내 귀한 아가야
추위에 언 몸 화톳불 쪼이면 몸에 얼음 들라
할머니 품에서 녹여주련”
따뜻한 할머니 품속에 포근히 잠들면
고통스런 시간들을 모두 잊었었지!

할머니가 보고 싶구나!
세찬 바람이 부는 날이면
어린 손녀의 쓰라린 일들을 치마폭에 숨기시며
“아이고 내 강아지, 내 귀한 아기를
누가 때렸냐?
누가 울렸더냐?
떼끼, 이놈들 썩 물러가라.”

할머니 손바닥 때리는 소리 시원도 하였건만
하늘 같이 널따란 치마폭 뒤에서
방긋이 웃던 그날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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