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통 증

2008-12-09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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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행원 /애난데일, VA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 것이 오늘로서 꼬박 한 달째.
왼쪽 허리에서 시작해 엉덩이를 거쳐 오금에서 꽈리를 튼 통증은
사악한 뱀한테 사주를 받은 성난 악마처럼 발광을 해대었다.

마귀가 환한 빛이 두려워 어두움을 찾아 이리저리 기웃 거리듯이
통증도 낮에는 잠시 주춤 거리다가 밤이 되면 제 세상을 만난 듯
숙주인 주인의 강그러지는 신음소리를 외면한 채 조롱이라도 하듯
왼쪽 하반신 곳곳에 성난 포졸처럼 인정사정없이 주리를 틀었다.

50평생 이렇게 심한 통증을 경험하지 못한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고통스러워하는 나를 보고 아내가 부랴부랴 통증 부위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신음소리가 날로 심해져 침을 맞았으나 통증은 가시지 않아 날마다 쑥뜸을 떴다.
하지만 통증은 기세등등한 폭주 기관차처럼 나의 몸을 헤집고 다니며 밤새 괴롭혔다.


꼬박 한 달을 주인의 허락도 없이 무단침입해 이렇게 처참하게 짓밟아 놓고
너덜거리는 내 몸이 너무 안됐는지 아님 한 달 내 힘을 써대 기진맥진해 나자빠졌는지
오늘 아침부로 내 몸에는 지긋지긋한 통증이 조금 사그라지며 평온한 기운이 감돈다.

이제서야 나의 눈에는 눈물이 맺히고 목이 메다가 결국에는 통곡하고 말았다.
거의 반평생을 병석에 누워계시는 어머니! 그동안 너무 너무 많이 아프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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