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연휴를 집에서 꼬박 아이들과 함께 보냈습니다. 나들이를 가는 대신,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터키를 굽고 남들이 하는 전형적인 추수감사절 식탁을 마련하느라 하루 종일을 서서 보냈지만, 나름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터키를 굽겠다는 말에 아이들은 대뜸, 엄마 그냥 사서 먹는 게 어떨까, 공연한 낭비 하지 말고. 실패하면 아깝잖아, 와우, 음식에 관한 한, 난 아주 형편없는 점수를 받고 있었던 겁니다. 아니야, 도전해 볼 거야. 음식냄새의 추억이 얼마나 소중하다고. 나중에 너희가 커서 터키 굽는 냄새를 맡으면 엄마를 생각해 줘.
미국식 대신에 한국적 요소가 가미된 신개발 스터핑- 친구가 특별 개발한 거라는데, 찹쌀에 김치양념을 버무려서 밤, 대추, 인삼 등을 섞으면 칼칼한 것이 아주 그만이라는-을 소개받고 옳다거니, 난 말해준 모든 재료를 섞어서 낑낑대며 터키 속을 만들었습니다. 어찌나 많았던 지 잘 오무려지지 않아 실과 바늘로 꿰매기까지 했습니다. 무게에 따라 쿠킹시간이 정해지기에, 난 4시간 15분 가량 오븐 속에서 가끔 노릇하게 변해가는 터키를 보면서 만족한 미소를 띄었지요.
드디어 완성 되었습니다. 미리 준비한 으깬 감자, 옥수수, 디너롤, 크랜베리 소스, 호박파이까지. 모두 상에 늘어놓고 막 오븐에서 꺼낸 터키를 올려놓으니 근사한 상차림이 연출되었습니다. 참, 와인까지 곁들었지요. 모두들 손뼉을 치며 좋아했음은 물론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터키 안에서 익어 쫀득하게 나왔어야 할 스터핑이었습니다. 쌀알이 여기저기 씹히며 전혀 익지를 않은 겁니다. 어라, 무슨 일이람. 아뿔싸, 제대로 불려 넣었어야 할 찹쌀을 그냥 씻어 건져 넣었더니 이것이 사단을 일으킨 겁니다.
아까운 인삼, 대추, 밤이 설컹대는 쌀과 버물려진 채 제각각 놀고 있다니. 하는 수 없이 압력밥솥을 꺼내 속을 따로 익히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너무 많은 양이 문제였습니다. 밥이 완전히 설익어서 여기는 쫀득, 저기는 아직 살아있는 쌀알. 개성만점의 밥이 된 겁니다. 아이고, 아까워라. 포기하지 못한 채 난 양을 배분해서 다시 시도했지요. 물을 넣고 휘저어가며 다시 밥솥 누르기를 수 차례. 결과는 터키 인삼 찹쌀죽! 남편은 절대 안 먹는다고 선언하고 아이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몸에 좋고 소화가 잘 될 거라 암만 말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참, 친정 아버진 죽을 좋아하시니까 드리면 되겠네. 난 버리지 않고 모두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집에 오시면 내 실수는 잠잠히, 그냥 몸에 좋은 인삼 대추 쌉쌀죽 한 번 드셔보라 할 참입니다. 과정이 뭐 그리 대숩니까, 영양만점의 결과가 중요하지. 아닌가요? 올 추수감사절은 그렇게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