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을 밤 삼희성

2008-11-18 (화) 12:00:00
크게 작게

▶ 이경주 (워싱턴 문인회)

밤하늘 둥근 달 신도주에 띄어놓고
홀로 누각에 기대어 외로운 밤
우수수 지는 낙엽에 임 생각 그리운데

멀리서 또닥또닥 다듬이 소리
어느 님 상한 속을 저리도 다듬는지
늦은 밤 서방님 기다리는 처량한 다듬이 소리

휘영청 밝은 달이 창호지 밝혀주니
책장을 넘기는 소리 글 읽는 소리에 묻어나는
깊은 밤 벌레들도 따라서 글 읽는 청추한 소리


청담한 밝은 달빛 누리를 비출 때
고고한 갓난아기 울음소리 동네에 펴져가니
삼희성 고운 화음이 외로운 맘 달려주네

* 신도주(新稻酒): 햅쌀로 빚은 술
* 청추(淸秋): 맑게 갠 가을
* 청담(淸淡): 맑고 마음이 깨끗하고 담박함
* 삼희성(三喜聲): 다듬이 소리, 글 읽는 소리,
갓난아기 우는 소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