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제 시작이다-오바마 선거운동을 통해 느낀 것

2008-11-11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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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혁교 변화를 위한 버지니아 한인모임

변화가 미국을 흔들고 있다. 이 변화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등장과 호소와 그의 메시지를 통해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바마가 제시한 이 역사적 사건을 가능케 했던 것은 수많은 미국 내 풀뿌리 민중들의 동참을 통해서였다.
나와 와이프가 처음 센터빌 오바마 선거 캠프의 문을 두드렸을 때 그곳에서 우리는 젊은이들과 노인들, 백인과 흑인, 그리고 많은 소수인종들을 보고 놀랐다. 그리고 많은 한인들이 살고 있는 이곳 센터빌에서 우리가 할일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센터빌에 있는 집들을 방문하였고 전화를 통해 선거운동에 참여했다. 그리고 선거운동에 동참키 위해 다른 지역에서 온 운동원들에게 집을 개방했고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는 운동원들을 위해 한국 음식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 평소 가깝게 지내던 한인들로 부터 “우리도 무엇인가 해야 하지 않는가”란 연락이 오기 시작했고 우리는 같은 마음으로 모여 미국의 변화를 위한 일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이것이 ‘오바마 지지 버지니아 한인모임’(이하 한인모임)의 시작이다. 우리는 이 단체를 통해 유권자 등록, 정책 교육, 한인사회와 언론 홍보, 그리고 새로운 자원봉사자를 모으는 일을 시작하였다.
민주당 전당대회 날 센터빌 지역의 민주당원들이 함께 모였다. 백인, 흑인, 한인들 그 모두가 하나 되어 TV를 보며 같은 생각과 희망을 가지고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보았다.
그 이후 리스버그에서 오바마 후보의 연설이 있던 날 우리는 그곳으로 달려갔다. 오바마 후보의 연설을 듣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 그들의 얼굴에서 희망과 연대와 변화에 대한 약속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거기엔 더 이상 지난 시절의 좌절감이나 정치 발전에 대한 빈정거림을 볼 수 없었다. 거기에는 미국의 발전과 할 수 있다고 하는 자신감의 기쁨과 미래를 볼 수 있었다. 그 희망과 기쁨은 선거가 끝나고 난 저녁 타이슨스 힐튼 호텔에서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오바마 승리의 역사를 함께 축하하며 남녀노소, 흑, 백, 유색인종 모두가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에 감동하는 그 자리에서 우리는 변화의 물결이 다가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역사적인 선거는 끝났다. 더 이상 흑인이 미국사회의 애물단지가 아님이 증명되었다. 가장 중요한 역사적 시점에 가장 어려운 역사의 중심에 오바마 대통령이 서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소수민족과 유색인종들이 중심이 되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새로운 시작이다. 미주한인들도 이제는 더 이상 주변부가 아니라 미국의 중심에, 그리고 그 역사의 중심에 모든 인종이나 민족을 넘어서 함께 서있다. 우리는 이 사회의 미래를 바꾸고 그 이익을 나누기 위해 주저 없이 나서야 한다. 미국사회의 발전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회 참여와 정치적 진보를 위해, 인종적 화합과 민족간 연대를 위해 우리 한인들이 앞장서 나가야 한다.
위안부 결의안 HR121을 통과시킨 것이 우연이 아니라 진정 우리 한인들의 힘이라 한다면, 그리고 변화를 위한 미국을 만드는 길에 우리 한인들이 함께 한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 한인 후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온전한 가치관을 전해주는 길은 미국사회에 적극적인 참여와 연대를 통한 주인의식이다. ‘오바마 지지 버지니아 한인모임’은 이제 ‘변화를 위한 한인모임’으로 이름을 바꾸고 미국의 변화를 위해 더 열심히 전진할 것이다.
다시 꿈을 가져본다. 오래지 않아 히스패닉 대통령이, 아시안 아메리칸 대통령이, 또는 한인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는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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