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흑인 대통령과 한인의 장래

2008-11-07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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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길 지리학 박사·전 연방 공무원

전 세계인의 관심 속에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압승하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8년 집권은 막을 내리게 됐다.
정권교체를 맞아 신문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오바마 신드롬’이 일어났다. 뉴욕 타임스는 전량 매진되고 독자들의 요청으로 7만5,000부를, 데일리 뉴스는 10만 부를 추가로 발행했다. 신문이 매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의 증인이 되고 싶은 충동과 첫 흑인 대통령 탄생의 기념품이라도 간직하고 싶은 애착심이라고 한다.
오바마 후보의 당선은 전통적 관점으로는 예기치 못한 성공이다. 겨우 47세의 검증받지 못한 흑인 초선 상원의원일 뿐이며, 정치에 입문한지도 얼마 되지 않은 생소한 인물에 불과했다.
알고 싶은 것은 오바마 당선자가 한국 문화나 한인 교포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으며, 어떤 견해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사실 놀랍게도 오바마는 “안녕하세요” 정도 이상으로 한국말도 하고 태권도 청띠(5급)로 4년 이상 시카고 중심가서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하와이서부터 1주일에 한 번은 비빔밥을 즐겼다고 한다.
오바마는 한인에 대해 완전히 우호적이지는 않다. 그의 저서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는 시카고 흑인 밀집지역의 한인 상인들을 이기적인 사람들로 묘사했으며, FTA(자유무역협정)서도 재협상으로 일자리를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선거운동서 보여준 한인들의 성원과 지원에는 감사하는 듯하다. 한인 1.5~3세대들의 ‘열풍’과 한글 인터넷으로 지지활동을 벌인데 호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신문, 방송, 미디어를 통해 교포들의 선거 참여가 탄력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오바마는 무슨 꿈이나 선거전략을 갖고 출마를 결심했을까. 그는 대권 도전의 출사표를 일리노이 스프링필드에 있는 일리노이 주의 옛 주정부 청사 앞 광장에서 던졌다. “우리 세대가 이제 이 시대적 소명에 답할 때”라고 장엄한 결단을 선포했다. 한파가 몰아치는 2007년 2월10일이었다. 광야의 목소리인양 흑인들마저 냉소적이었다. 이때부터 21개월 동안 꿈을 향해 대장정을 했다.
무기력한 흑인들 의식에 충격적인 자극을 가한 것은 백인 유권자들이다. 백인 일색인 아이오와 주에서 오바마의 승리를 본 흑인들은 각성의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런 점에서 오바마의 흑인 대통령 당선은 외형적인 변화일 뿐 아니라 의식혁명인 것이다. 아울러 백인 다수들이 ‘색맹의 지혜’를 발휘하여 스스로의 과오를 시정할 능력을 표시한 것이다. 미국의 위대함도 여기에 있다. 성숙한 민주주의의 꽃을 피운 것이다. 인종의 벽은 상처 없이 허물어지게 됐다.
오바마의 당선으로 흑인들은 남북전쟁과 링컨의 노예해방선언으로부터 145년 만에 인간평등사회를 이룩하고, 45년 전 킹 목사의 “내 꿈”, “그날이 오면”을 실현한 것이다. 미합중국 개국 232년 만에 탄생한 첫 흑인 대통령이 된다.
제44대 미합중국 대통령의 성공 비결과 선거전략은 무엇일까. 선거 참모들은 오바마 방식(Obama Way)을 따라야만 했다. 여기에는 전략교본(Play Book)으로 7가지 비책이 있다. ▲단호하라-완벽한 답을 얻기 위해 10가지를 시도하는 것보다 한가지 전략에 충실해야 한다 ▲소수 정예-‘내 사람’을 만들어라 ▲선거전략을 고수하라 ▲나 만의 브랜드(이미지)를 만들어라 ▲디지털 속으로 파고들어라 ▲신중함으로 안정성을 고수하라. 오바마의 주장은 탈이념과 실용노선에 우호적인 유색인의 신념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유세 때마다 그는 의도적으로 “여러분 한명 한명이 마을을 바꾸고, 나라를 바꾸며, 세계를 바꾼다”고 호소하면서 민초들의 힘을 하나로 묶어냈다.
한인의 장래도 뭉친 실세로서 위상을 드높이며 신뢰와 인정받는 개개인이 돼야 성공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하지만 뭉친 한 덩어리는 더욱 소중한 것이다. 뭉친 힘이 흩어진 것보다 낫다. 우리가 슬기로워야 후세들이 잘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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