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맞지 않는 어른과 아이간의 해프닝
‘롤 모델’ (Role Models)
밖은 조야하지만 속은 부드러운 상스럽기 짝이 없는 코미디로 서로 걸맞지 않는 어른들과 아이들 간의 관계 맺음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다뤘다.
LA 사는 대니와 윌러는 에너지 드링크 판매상으로 대형 트럭에 상품을 싣고 학교 앞에서 장사를 한다. 윌러는 만사태평형인 반면 대니는 침울파.
대니는 자기 삶이 한심해 그걸 바꿔 보겠다는 각오로 느닷없이 변호사인 애인 베스에게 청혼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한다.
대니와 윌러가 트럭 토잉문제로 토잉하는 측과 난타전을 벌인 끝에 30일간의 구류형을 받는다. 이를 베스가 손을 써 150시간의 커뮤니티 봉사로 경감시켜 준다.
윌러는 아빠 없는 고약한 성질에 입 건 소년 로니를 돌보고 대니는 외톨이 오기를 돌보는 일이다. R. 전지역.
한물 간 원수사이 두 가수의 이야기
‘소울 멘’ (Soul Men) ★★(5개 만점)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소울 노래가 많이 나오는 완전히 한물 간 원수지간이 된 두 가수의 재회와 재기에 관한 코미디. 얼마 전 사망한 코미디언 버니 맥과 새뮤얼 L. 잭슨이 나오는데 둘은 말끝마다 “마더 X커”를 사용하고 있다.
루이스(잭슨)와 플로이드(맥)는 30년 전 인기절정의 3인조 가수팀의 백업가수들. 그룹 리더가 솔로로 전향한 뒤 둘은 1장의 히트 음반을 내고 원수지간이 돼 결별한다.
그로부터 30년 뒤 왕년의 리드싱어가 급사한다. 뉴욕의 아폴로 극장에서 그를 위한 추모공연에 루이스와 플로이드가 초대되면서 두 앙숙은 구원을 잠시 접고 캐딜락을 타고 LA에서 뉴욕으로 달린다.
이 과정에서 둘은 내내 다투고 욕설을 내뱉으며 난리법석을 떨면서도 중간의 도시들에서 노래를 불러 음성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둘은 마침내 뉴욕에 도착한다. R. 전지역.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 관조하듯 묘사
‘늦봄’ (Late Spring·1949)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조용히 관조하듯 감동적으로 묘사하는 일본의 야수지로 오주 감독의 영화.
혼기를 놓친 착한 딸(세추코 하라)과 둘이 사는 홀아비(치슈 류)가 딸을 시집보내려고 하나 딸은 아버지를 돌보겠다며 이를 거절한다.
이에 아버지는 딸을 떠나보내기 위해 본인이 재혼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래서 재혼할 뜻이 조금도 없는 아버지는 마침내 딸을 시집보내게 된다. 내용과 화면과 연기가 모두 가슴 속으로 파고드는 아름답기 짝이 없는 영화.
‘늦가을’ (Late Autumn·1960)
‘늦봄’과 유사한 양상과 내용을 지닌 오주의 또 다른 명작으로 이번에는 부녀 대신 모녀간의 관계를 그렸다. 과년한 딸이 미망인인 어머니(세추코 하라)를 돌보기 위해 시집가기를 거부하다가 어머니가 재혼할 뜻이 있다고 오해하면서 결혼하라는 어머니 뜻에 순종한다. 7일(하오 7시30분) 사일런트 무비 극장(323-655-2510) 동시상영.
잔 다크 재판기록 토대의 각본 영화
‘잔 다크의 수난’ (The Passion of Joan of Arc·1928)
칼 테오도어 드라이어가 감독한 잔 다크에 관한 영화로 유럽 최고 무성영화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작품은 실제 잔 다크의 재판기록을 토대로 삼아 각본을 썼다.
15세기 프랑스의 구국영웅으로 침략군 영국군과 맞서 싸우다 체포돼 재판 끝에 처형된 사실을 강렬하고 또 감동적으로 그린 불후의 명작이다.
잔 다크는 체포돼 종교재판을 받은 끝에 화형에 처해지는데 이 영화는 이 역사적 사건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이 영화에서 특히 뛰어난 것은 촬영이다. 재판을 받으면서 고뇌하는 잔 다크의 얼굴과 화형을 당하는 그녀의 얼굴을 극도의 클로즈업으로 찍은 촬영이 아찔하다.
쌍둥이 형제로 구성된 ‘인 더 너서리’ 밴드가 생음악으로 연주하는 음악과 함께 관람하게 된다. 10일(하오 8시) 사일런트 무비 극장.
인간의 생명력 그린 감동적 기록영화
‘불시착’ (Stranded) ★★★½
인간의 강인한 생명력과 생존능력의 믿을 수 없는 한계를 증명한 엄청나게 경이로운 실화를 다룬 감동적인 기록영화다.
1972년 10월13일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시의 젊은이들로 구성된 럭비팀이 칠레에서의 친선경기 참가 차 비행기를 타고 가다 안데스 산맥의 빙하에 추락한다. 이로부터 72일이 지난 크리스마스 이틀 전 45명의 승객 중 16명이 생존한 것이 발견돼 구조된다.
이 영화는 이들이 어떻게 혹한과 굶주림을 견디고 일사불란한 팀웍을 이뤄 살아남게 되었는가를 보여주는 기록영화다.
생존자들의 현지 방문 인터뷰와 기록필름 및 재연 등을 통해 액션과 혹한과 얼음벌판에서의 생존기가 강렬하게 묘사된다. 생존자들은 죽은 동료들의 인육을 먹으며 굶주림을 채웠다.
성인용. 13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미래를 시간대로 한 ‘공포 록 오페라’
‘리포! 유전적 오페라’ (Repo! The Genetic Opera)
‘록키 호러 픽처 쇼’와 ‘블레이드 러너‘를 짬뽕한 듯한 미래를 시간대로 한 공포 록오페라로 음악과 어두운 디자인이 돋보인다. ‘오페라의 유령’으로 잘 알려진 가수 새라 브라이트만 출연. 2056년. 인간들은 원인모를 장기기능 실패의 병에 걸린다. 이들을 위한 구세주가 장기 이식수술을 제공하는 생물공학회사 진코. 이 회사는 사악한 회수원들을 동원해 수술 후 비용을 제대로 못 내는 사람들을 찾아내 가차 없이 장기를 회수한다.
주인공은 자기 자신의 질병을 고칠 수 있는 치료책과 자기 가족의 의문에 싸인 역사를 찾으려고 애쓰는 젊은 여인. 이 여인이 진코의 세계에 빨려들면서 되돌아설 수 없는 처지에 빠지는데 그녀의 모든 의문은 변화무쌍하고 대담한 ‘유전적 오페라’에서 밝혀진다. R. 일부지역.
1950년대 남아공 흑백분리 시대 배경
‘보이지 않는 세상’ (The World Unseen)
1950년대 남아공에서 흑백분리 정책인 아파트헤이트가 막 시작되던 때.
인도인 커뮤니티에서 사는 젊고 자유혼을 지닌 아미나는 커뮤니티의 통상적 관습과 신 아파트헤이트 정책을 실시하는 정부의 규제를 무시하고 흑인 사업동반자인 제이콥과 함께 카페를 운영한다.
그런데 아미나가 전통적인 생활을 하는 아내이자 어머니인 미리암을 만나면서 둘 간에 뜻하지 않던 감정적 관계가 이어진다. 그리고 아미나는 이로 인해 자신을 졸라매고 있는 규칙들에 대해 의문하게 된다.
한편 아미나는 경찰을 피해 숨어든 미리암의 동서를 도와주면서 아미나와 미리암의 운명을 영원히 바꿔 놓을 일련의 사건들에 휘말려든다.
흑과 백 그리고 남자와 여자를 분리시키는 체제 하에서 뜻하지 않던 사랑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을 과연 얼마나 될까. PG-13. 일부지역.
미국 이민 온 인도인들의 문화와 삶
‘펀잡의 허리 제공’ (Loins of Punjab Presents)
볼리웃 필름과 TV쇼 아메리칸 아이돌을 혼성한 춤과 노래의 뮤지컬로 미국에 이민 온 인도인들의 문화와 삶을 즐겁게 다뤘다.
뉴저지의 한 작은 마을에서 제1회 볼리웃 스타일의 노래경연대회가 사흘에 걸쳐 열린다.
대회 후원자는 돼지고기 장사로 백만장자가 된 사업가로 노래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5명의 인도계 미국인들과 인도팬인 1명의 유대인.
이들 6명은 변덕스러운 후원자 수다르시가 진행하는 화려하고 야단스런 춤과 노래의 경연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머리가 터지는 경쟁을 한다.
6명의 경연자들과 1명의 프로모터가 72시간 벌이는 노래전쟁이 치열하다. 쇼와 사회 비평을 곁들인 코미디. 성인용. 리전트와 이매진 아시안센터 등.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