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바마와 흑인

2008-10-3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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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희 볼티모어, MD

우리 부부가 여기 워싱턴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한지 벌써 43년. 그 오랜 세월 동안 여러 번의 대통령 선거가 있었으나 별로 관심이 없던 우리가 이번 선거는 정말 열심히 지켜보고 있다.
올해 초 오바마와 힐러리의 열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의 과정을 쭉 지켜보면서 오바마의 승리를 기원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그 중 한 가지는 오바마가 흑인들을 선도할 수 있는 같은 흑인이라는 점이다.
강한 것 같으면서도 약한 흑인들, 그들을 도울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들은 오랜 노예생활과 억압과 가난 속에서 약자의 특성인 열등감과 분노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다. 편하게 오늘만 있고 희망이 없어 보인다. 나의 경우는 흑인 종업원 2명이 18년, 20년씩 함께 일하고 있어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의 특성을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그들의 속마음은 착하고 단순하다. 어린애들 같아서 사랑과 마음을 주면 한없이 행복해하고 충성한다. 한두 푼 더 벌려고 여기 저기 옮기지도 않는다. 20년 동안 잔소리로 사람의 도리를 가르치니 우리와 똑같은 성실을 보인다.
많은 흑인들에게 엄마처럼 잔소리로 가르칠 수 있는 사람,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약점과 자존심 상하는 말을 해도 고분고분 받아들일 수 있는 존경스러운 지도자가 오바마라고 생각된다.
지난 아버지날 흑인 교회에서 했던 그의 연설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거리에서 방황하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보내라”, “자녀들에게 홈웍을 도와주며 사랑을 주어라”, “이라크 전쟁 탈영병의 80%가 흑인이며 감옥에 있는 재소자의 90%가 흑인이다”, “내가 너희를 위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너희들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다함께 이루어 나가자”고 역설했다.
이런 자존심 상하는 사실을 똑바로 말해줄 수 있는 이가 바로 오바마라고 생각된다. 다른 인종이 이런 흑인 비하의 말을 했다면 그들은 어떤 반응이겠는가. 사랑으로 채찍질해가며 선도할 수 있는 사람은 같은 흑인인 오바마 뿐인 것 같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근본적으로 그들의 사상과 정신이 변하지 않으면 그들은 점점 늪으로 빠질 것이며 우리 미국도 함께 추락할 것이다.
세계 선교에 앞장섰던 선교사들과 청교도들이 이룩한 미국, 풍요롭고 평화로웠던 미국, 하지만 이제는 전 세계에서 형편없이 추락하는 미국을 위하여 이번 선거에 우리 모두 젊고 능력 있는 지도자를 선택해 미국의 자존심을 회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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