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엘리자벳 김(수필가)

2008-10-30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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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을 반추하며

강가에서 그저 물을 볼 일이요/가만가만 다가가서 물 깊이 산을 볼 일이다.
무엇이 바쁜가
이만큼 살아서 마주할 산이 거기 늘 앉아 있고/이만큼 걸어 항상 물이 거기 흐른다.
인자는 강가에 가지 않아도
산은 내 머리맡에 와 앉아 쉬었다가 저 혼자 가고/강물도 저 혼자 돌아간다.

섬진강의 시인 김용택 시인의 < 그 강에 가고 싶다> 중

바쁜 삶 속에 자기 자신조차 돌아볼 여유없이 돌아가는 우리에게 김용택 시인은 무엇이 그리 바쁜가 하고 일침을 놓는다.
그렇지만 이곳 생활이 누가 뭐래도 바쁜 것은 사실이다. 바쁜 와중에 여성의 창 글쓰느라 더욱 바빴다.
마감시간 맞추느라 급히 쓴 글도 많았고 퇴고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한국일보사에 보낸 적도 많다. 고치고 또 고쳐도 정정할 곳이 많은 것이 글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열심히 읽어준 독자들한테 미안하고 또한 고맙기도 하다.
글을 쓰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였다.
나의 삶이 흐르는 시간에 그저 떠밀려 가던가 혹은 세월에 발 맞추어 여유롭게 가던가 선택은 나의 것인 것이다. 내가 안달복달하는 동안에도 강물은 저혼자 흘러가고 있듯이 이제는 좀더 주어진 인생에 의연해져야 할 것같다.

나에게 삶에 대하여 깊게 생각하고, 존재에 대하여 귀를 기울이고, 그리고 좋은 글을 쓰라고 기회를 준 한국일보사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무엇보다도 이런 지면을 허락하여주어 나 자신을 되돌아 보고 더불어 독자들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을 가진 것을 행운으로 여긴다. 세월이 얼마나 빠른가 말이다. 벌써 가을이 깊어졌다. 지난주는 단풍을 보러 비숍에 갔다 왔는데 벌써 산에는 눈이 많이 쌓였었다. 곧 겨울이겠지. 시간이란 것은 흔적없이 흘러가서 때로는 시간에 대한 감각이 없어지곤 한다. 언뜻 돌아보면 한달이 가버리고 1년이 가버렸다. 그래서 때로는 서글프고 무상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산은 내 머리 맡에 와 앉아 쉬었다가 저 혼자 가고 강물도 저 혼자 돌아가듯이 넉넉한 마음으로 살기를 나는 원한다.

만사에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살기를 원하고 속박스런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내 마음의 깊이와 넓이를 풍요롭게 하는 삶을 나는 원한다.
여전히 시간적으로는 나는 바쁠 것이다. 새벽부터 일하러 나가기에 바쁠 것이고 일 끝나고 집에 오면 가정주부로써 할 일도 많을 것이다. 뒤늦게 다시 시작한 공부 굳어가는 머리로 쫓아가느라 더욱 바쁠 것이다. 내가 속해 있는 한두개의 단체에 나름대로 성의껏 봉사와 참여도 할 것이다. 나에게 하소연하고 싶은 친구가 있으면 몇 시간이고 만나서 대화를 할 시간도 그 와중에 낼 것이고 멀리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가끔이지만 운전대를 잡을 것이다.

저녁과 주말이면 애타는 눈빛을 보내는 강아지 데리고 운동도 나갈 것이고 혼자 사시는 80넘으신 엄마, 90 넘으신 시어머님도 자주 만나러 갈 것이다.

주말이면 책 하나 들고 커피샾에 들려 커피도 마시면서 책도 볼것이고, 영화도 자주 볼 것이다. 컴퓨터 하나 달랑 들고 스타벅스에서 시간 나는대로 글도 쓸 것이다. 연말이면 남편과 오붓한 여행을 갈 것이고 계절따라 짬짬히 친구와 여행을 떠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도 모든 일에 감사함을 느낄 것이고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 자신을 다듬어 나가기 위한 여정을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 맞추어 나의 권리 행사이며 참여인 투표도 할 것이다. 아니 벌써 우편으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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