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2차 세계한인회장대회 참관기 (2)

2008-10-30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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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인욱 메릴랜드 한인회장

해외동포정책의 주관부서는 어디인가

700만 해외동포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네트웍화 하기 위해서 해외동포들을 지원하기 위한 해외동포청이 설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지금의 재외동포재단이 외교통상부의 외청으로 힘이 약하기 때문에 국무총리 직속 또는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격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힘이 있는 기관이 행사를 주관하고 일을 하게 되면 예산확보도 쉽고 또 참여하는 사람들의 격이 높아져서 여러 가지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권익옹호를 위해서 동포청이란 정부기구든 대통령이나 국무총리직속기관으로 격상되는 것은 중요한 해외동포정책의 요인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것은 현재의 정부가 해외동포정책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1일 행사장인 그랜드 힐튼 호텔에 도착하여 행사참가자로 등록을 하고 4시부터 오리엔테이션, 그리고 5시부터는 6시까지 개회식, 이어서 7시까지 해외동포재단이사장이 주최하는 환영만찬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워싱턴에서 30일에 출발하여 1일 저녁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함께 여행하게 된 황원균 북버지니아한인회장과 함께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만찬도 끝나가는 시간이라서 참가자 등록수속만 마치고, 밤에 무리를 해서 서울에 있는 장모님께 인사를 드리기 위해 처가집을 다녀서 호텔로 돌아왔다.
밤낮이 바뀐 시간에 14시간을 비행해온 후라 피곤이 몰려왔으나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억지로 잠을 청해서 자고 깨니 새벽 3시. 호텔은 콘도식 주방시설을 갖춘 방으로 우리 방에는 4개의 방에 5명이 투숙을 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아직도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해 인사도 못했다.
2일 아침 전날 장모님이 마련해준 양복 두벌을 번갈아 입어보고 한인회장회의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회의장을 향했다. 그런데 새벽부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선잠을 잔데다가 이왕이면 예쁘게 하고 회의에 참석을 하겠다고 이발소에 들른 것이 실수였다. 모처럼 이발과 함께 얼굴의 때를 빼주는 면도에 푹 빠져서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잠을 깨니 기념식을 시작할 시간이 거의 다 되어 있었다. 대통령 이발을 하던 사람이라 그런가. 10만원의 이발비가 미국돈으로 환산하니 100여불, 물론 당시에는 환율이 다락같이 올라가서 달러 쓰기가 괜찮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미국생활하던 사람이 머리 깎고 100불을 낸다는 것은 좀 아까운 생각이 들었지만 어떡할 것인가.
과연 기념식에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을 할 것인가. 이것이 최대의 관심사였다. 대통령 참석행사가 마지막까지 보안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한승수 국무총리가 도착하고 기념식이 시작되면서 곳곳에서 실망감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역시 주관부처가 힘이 없어서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동포들을 홀대하는 것인가. 불과 1년 전에 해외동포들의 위상을 생각해서 세계 한인의 날을 정부기념일로 제정했는데 다음해에 치러지는 제2회 대회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행사가 되었으니 앞서 한인회장들이 홀대를 한다고 흥분을 하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그렇지만 정부기념일이라고 해서 전부 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꼭 대통령의 참석여부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말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너무 대통령의 행사참석에 신경을 쓰는 것도 어쩌면 너무 정부에 기대를 갖는 사람들의 산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700만 해외동포를 얼마나 귀하게 생각하든, 또는 사업상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을 하든, 시대가 바뀌면서 해외동포들의 위상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국내정치에서 해외동포들에 대한 중요성이 인식되지 않고는 동포청이 되든, 아니면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격상이 되든 국내외 동포가 한마음이 되기에는 멀고먼 길을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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