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일본사회의 핍박받는 여성상
웅변적이며 대담한 영상으로 담아
영화인생 30여년간 80여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끊임없이 남성위주의 일본사회에서 2류 인간 취급받는 여인들의 고난과 고통을 다루어온 일본의 명장 켄지 미조구치(1898~1956)의 사회의식이 강한 4편의 여성 멜로드라마가 크라이티리언(Criterion)에 의해 박스세트 DVD로 나왔다. 60달러.
각기 전전과 전후 작품 2편씩을 묶은 이 세트의 영화들은 일본의 관습과 전통에 의해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핍박을 받는 여성들의 얘기를 그의 웅변적이요 대담한 카메라 테크닉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사카 비가’(Osaka Elegy·1936)
미조구치의 현대 여성에 관한 첫 영화로 개봉 당시 비평가와 관객의 호평을 받으면서 미조구치를 일본 영화계의 주요 위치에 올려놓은 영화. 빚에 쪼들리는 무용지물 아버지를 위해 돈이 필요한 전화교환수 아요코(미조구치의 단골 여우 이수주 야마다)의 약점을 이용, 그녀의 사장이 아요코를 농락한다. 이를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아요코의 약혼자. 솜씨 좋은 서술 방식과 물 흐르듯 하는 카메라로 빚어낸 뛰어난 사실주의 작품.
▲‘기온의 자매들’(Sisters of Gion·1936)
교토의 서민동네인 기온에서 게이샤로 일하는 판이한 성격의 두 자매의 이야기를 평행 서술한 명화. 독립적이요 현실적인 오모차(이수주 야마다)와 그녀의 언니로 보다 전통적인 우메키치의 삶을 그렸다. 사회계층의 바닥으로 여자들을 몰아넣는 일본의 사회구조를 가차 없이 파헤치고 있다. 오모차는 엄격한 언니와 달리 현대적이요 기회를 잘 포착하는 여자로 돈을 찾아 이 남자 저 남자로 옮겨 다닌다.
▲‘밤의 여인들’(Women of the Night·1948)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에 영향을 받아 미조구치가 오사카에서 현지 촬영한 밤의 여인들에 관한 거칠도록 생생한 드라마. 하나는 미망인이요 다른 하나는 마약밀매자의 아내인 두 자매가 주위환경 때문에 창녀가 된다.
▲‘치욕의 거리’(Street of Shame·1955)
미조구치의 마지막 작품. 주위의 사회경제적 현실 때문에 꿈과 포부가 무참히 깨어지는 도쿄 홍등가 여인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