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새벽 세시. 적막을 깨우는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깼다.
밤과 낮을 바꿔서 생각하거나, 전화기에 입력되어 있는 단축키 번호를 순간 착각하셔서 동생네 집에 한다는 것이 그만 한참 단잠을 자고 있는 미국으로 전화를 하셔서는 “아이구, 이런이런… 미안하다. 어서 자라~.” 종종 그러시는 친정 엄마 시려니 그렇게 생각했다. 전화를 끝내고 누운 남편에게 “엄마지? 새벽에 전화좀 하지 마시라고 그렇게 말씀 드렸구만…” 깨버린 잠을 다시 청하며 미안한 마음에 한마디 건넸다. “ 아니, 아버지. 당신한테 많이 고맙다고 전해 달래.”
이제 막 눈을 감고 다시 잠속으로 빠져드는 순간이었는데, 그 한마디에 눈이 번쩍 떠진다. “왜? 아버님 어디 안좋으시대?” 그순간 너무 우습게도 그 말이 툭 튀어 나온다. 난 정말이지 오랫동아 병석에 계신 아버님이 어디가 안좋아지셨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다. “아니…” 다시 잠을 청하는 남편을 뒤로 잠을 청해 보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삼년전 뇌졸증으로 쓰러지셔서는 아직도 재활치료때문에 병원에 계신 시아버님. 환갑이 넘도록 치과의사로써 어려운 치료까지도 도맡아 하실정도로 섬세하셨던 분이셨다. 편안히 미국 아들네 다니며 손주녀석 보고 싶을때 실컷 보며 사시겠다고 은퇴를 하시고, 미국에 손주 보러 오시려고 손주녀석 좋아하는 멸치도 손수 사다 놓으시고, 비행기 타시기 하루 전날, 아버님께서 뇌졸증으로 쓰러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말에 마음조이며 아들을 데리고 남편과 나는 아버님을 뵈러 한국에 갔었다. 중환자실에서 만난 아버님께 “아버님, 저희가 아버님 뵐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그랬었다. 정작 아버님께서 그리 보고 싶어했던 손주녀석은 할아버지에게 주렁주렁 달려있는 많은 것들이 무서워 근처도 가지 못하고 멀찍이 떨어져 서 있기만 하고,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시던 아버님의 깊은 눈이 잊혀지지 않는다.
몸이 멀리 있다보니, 맘은 안그래도 가서 뵙는것은 물론이고 전화도 자주 못드린다.
외아들이면서 이렇게 뚝 떨어져 사는 것이 때로는 섭섭하시기도 하고, 뚝 떨어져 살기때문에 서로 풀지 못하는 무언가가 맘속에 있어 서로 고맙다는 말은 꺼내지도 못한체 살았던 것 같다. 어쩜 아버님은 그 시간이 새벽 3시였다는 걸 알고 계셨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시간이 아버님께는 크게 용기를 낼 수 있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내리 사랑이라고 했던가.
아직은 부족하기만 한 나의 작은 마음이 죄송해서, 새벽 3시에 나의 단잠을 깨운 시아버님의 크신 용기가 감사해서 그날밤 나는 새벽녁이 다 되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