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때입니다. 한국의 섬유수출 일선에서 일한다고 자부하면서 아르헨티나 부네노스아이레스에 갔었습니다. 그 당시 기억나는 것 중 하나가 식당의 메뉴에 음식이름은 인쇄되어 있으나 가격은 연필로 써 있었습니다. 하도 인플레가 심해서 가격을 매일매일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써야 했으니까요.
그리고 꽤나 큰 금액의 계약을 성사했으나 결국 수출을 못했었습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영국의 은행을 경유해서 대금을 지불하도록 했으나 아르헨티나의 달러(Dollar)가 없어서 영국은행이 신용장개설을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아르헨티나까지 큰돈 쓰고 헛고생만 했던 쓴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내가 만난 큰 회사 사장들이란 자들이 예를 들어 백만 불 쯤 있는 경우 달러를 미국에 빼돌려 자기는 미국에 집도 있고 예금도 있다는 것을 넌지시 비치면서 은근히 자랑하는 것을 보고 나라가 어찌되었건 그저 자기만을 아는 자들이 아르헨티나를 망가트리고 있구나 했습니다. 바로 그때 한국의 박정희 정권은 누가 백만 불이 있다면 거의 강제로 “천만불짜리 이런저런 공장을 짓고 수출에 전념해라 네가 가진 돈 백만 불에 은행돈이건 땅이건 900만 불을 특혜를 줄 터이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회사를 출범시켰습니다. 그리고 정부의 압력 때문인지, 박정희 대통령의 신들린 것 같은 수출이란 단어에 주술이 걸렸는지 회사를 이끌던 사람들 모두가 정말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두 배 세배인양 밤낮없이 죽어라 하고 일만 했던 것 같습니다. 그 결과가 오늘날의 한국의 산업수출 구조의 대들보 회사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가 왜 이러한 이야기를 시작했는가 하면 지금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월 가 투자은행의 한 CEO가 한국에 와서 한국기업총수들을 만난 후 그 소감을 한국이 금융책임자에게 이야기한 것을 들은 것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회사 이름 앞에 꼭 그 놈의 ‘나의 회사(my company)’라는 단어를 다같이들 쓰더군요. 그 놈의 나의 회사라는 단어만 안 쓰면 외국 투자자들이 몰려와서 지금 KOSPI(코스피) 1600에서 당장 3200으로 뛸 수 있을 텐데… 참 답답하군요”
그 말을 들을 당시 그러니까 2~3년 전에는 무슨 왕이나 된 것 같이 거들먹거리는 재벌총수의 “나의 회사”라는 단어가 미운 감도 들고 주식총액이 두 배로 뛰면 얼마나 나라살림에 좋을 텐데 하면서 아쉬운 생각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러나 작금에 생각하니 ‘만일 그랬으면’ 아마 지금 같은 금융대란 와중에서 한국은 완전히 초토화 될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등골이 오싹해 집니다.
이제 7,000억불이 부시 행정부 손에 들어가서 집행을 시작할 때가 됐습니다. 그리고 그 돈의 사용 성패에 따라 지금 나의 집값이 더 떨어질 수도 있고, 올라갈 수도 있고, 내가 세금을 더 내야 하는지 2, 30년 후 내 자식들이 오늘날의 빚을 떠안아 허리가 휘게 될지 아주 중요한 시점입니다.
나는 경제, 경영에 대한 전문지식인이 아니지만 이제 전문가들이란 그들이 이끌어온 작금의 상황을 보니 그들의 능력도 뭐 별 것(?) 아니다 란 생각이 들어 감히 몇 마디 해봅니다.
나는 우리들의 돈 7,000억불이 또 월 가의 도둑놈(?) 배만 불리게 할까 두렵습니다. 그리고 구제금융이 아니라 투자금융이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박정희 대통령이 했던 방식이 어떨까 합니다. 다시 말해서, 예를 들자면 빌 게이츠 보고 “메릴린치가 100억불이다. 당신 10억불만 내고 우리정부가 투자형식으로 90억불 줄 테니 당신이 회사를 살려서 당신이 가지시오” 한다면 자기돈 10억불도 들어갔으니 죽어라 일해서 회사도 살려내고 회사를 가지려고 할 것이고 그때쯤 되면 90억 투자금액이 주식이 몇 배 올라가서 세금의 형식으로 투자된 우리 돈이 큰 이익을 내니 우리들에게 보너스를 줄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국가를 위하는 생각을 안 하는 아르헨티나 부자도 안 되겠고 자본과 경영의 분리라고 떠들어대면서 이상한 계약으로 주인 없는 회사에 들어와서 종업원 10~20% 목 자르고, 연구개발비 잘라 버리면, 굴러가는 회사이니 짧은 1~2년은 당연히 흑자가 날것이고, 그러면 큰돈 확 챙기는 CEO들, 그리고 그런 시스템으로 회사의 충성심도 없어지고, 연구개발비 없애는 바람에 경쟁국에 기술이 뒤지게 만들고 있는 현 미국의 경영방식, 이번 금융파동으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며 회사에 애착심이 있어 “MY COMPANY”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경영하는 것이 더 좋은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