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학부모들이 한인학생들의 영어 작문 실력 향상을 위한 효과적인 가정 학습지원 방법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꾸준한 독서.NIE(신문활용교육) 큰 도움
2005년 첫 선을 보인 개정 SAT 시험으로 기존의 영어·수학시험 이외 작문시험이 추가된 후부터 한인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영어작문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에 모아지고 있다. 한인학생들이 표준 영어 구사력이 약하다는 교육 전문가들의 따끔한 지적이 있는데다 한국어와 영어가 공존하는 가정에서, 부모자녀 사이의 언어장벽에 의한 대화소통의 한계 등으로 미국가정에 비해 불리한 점이 많다는 걱정과 우려 때문에 고민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에 고교생과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경험담을 통해 한인학생들의 영어 글쓰기의 문제점과 가정에서의 학습지원 방법 등을 짚어본다.
■ 참가자: 남미영, 김효신, 심미영, 김영희, 양현주, 유스&패밀리 포커스 대표 이상숙 전도사, 에세이샘닷컴 안세민 대표.
▲한인학생들의 영어 작문 실력, 무엇이 문제인가?
양현주: 큰 아이는 어릴 때부터 부모의 잔소리 없이도 꾸준히 책을 접했고 많이 읽는 편이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작문 실력이 좋아진다지만 큰 아이는 많은 독서량에 비해 작문 성적은 그리 높지 않아 늘 고민이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가정들도 많이 봤다. 가정에서 부모가 어떻
게 도와줘야 하는지 이론적으로는 알지만 실제와는 또 다른 문제였다.
이상숙: 작문을 잘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쯤은 다들 알고 있다. 하지만 왜 책 읽기가 중요한지 이유는 모른 채 무조건 많이 읽으라고 자녀들을 다그치는 일이 대부분이다. 독서가 어떻게 작문 실력을 좌우하는지의 중요성을 먼저 이해해야 자녀에게도 자연스럽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
심미영: 둘째 아이와 미국 친구들을 한 차에 태우고 가던 어느 날 평소 그렇게 말을 잘하던 아이가 입을 꽉 다문 채 대화에 전혀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또래 친구들은 미국 정치에서부터 부동산 집값 변동 등 경제에 이르기까지 고른 분야의 주제를 막힘없이 얘기하고 있었다. 친구들은 같은 영어권인 부모와의 대화가 자연스러웠던 반면, 한국어와 영어로 대화 소통의 한계가 있는 대부분의 한인 이민자 가정에서는 깊이 있는 대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은 계기였다. 결국 이러한 여러 문제들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남미영: 초등학교 시절부터 도서관을 자주 이용했고 포닉스로 영어 공부도 열심히 시켰다. 특목고에도 진학했지만 학교에서는 워낙 학생이 많다보니 교사들이 일일이 학생 개개인을 세심히 지도해주지 못한다. 구체적으로 문제를 짚어주는 교사도 없다. 그렇다고 작문 개인 지도교사를 따로 구하려 해도 교사의 실력을 검증하는 방법이 없다. 수업료가 비싸다고 모두 실력이 좋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김영희: 사설학원이나 개인교사가 작문의 기초를 잡아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기초가 없는데 학원에서 학생들을 기본부터 흔들어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다. 결국은 월~금요일까지 학교에서 기초를 배워야 하는 만큼 공교육의 책임이 크다. 아무리 좋은 가정교사가 있고 실력 있는 학원을 다니더라도 학교에서 더욱 중요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영어작문 지도의 성공담과 실패담은?
김효신: 영어가 부족한 이민 1세 학부모로서 행여 자녀들이 영어가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지도를 중점적으로 신경써왔고 집에서는 신문과 잡지를 보게 했다. 형제자매끼리 매주 시간을 정해 같은 내용의 기사를 읽고 토론하고 의견도 나누게 했다. 타인의 생각을 듣고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아이들의 안목도 넓어진 것 같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힘들었지만 이런 훈련이 큰 도움이 됐고 둘째 아이는 대학 진학 에세이가 완벽에 가까웠다는 칭찬도 받았다.
김영희: 작문만큼 점수 따기 좋은 과목이 없다고 본다. 중학교 때까지 얼마나 잘 배우느냐에 따라 고교 때 작문 실력이 좌우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초등학교 2~3학년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서점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곤 했다. 장르에 상관없이 무조건 책을 읽고 접하면서 몇 년을 지내다보니 스스로 자기 학년보다 높은 수준의 책을 볼 수 있는 경지에 오르게 됐다.
심미영: 신문 읽기가 큰 도움이 됐다. 아무리 바빠도 아침식사를 하면서 적어도 기사의 큰 제목이라도 눈으로 읽도록 훈련시켰다. 세상의 흐름을 대충이라도 꿰고 있어야 작문 소재가 풍부해진다.
남미영: 영어에 한계가 있는 1세 부모가 영어 작문을 봐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때로는 유명 작가의 글을 모방하도록 지도하기도 했다.
▲작문 실력 향상의 성공 핵심은 무엇일까?
이상숙: 집안에서 늘 책을 접할 수 있는 생활환경을 만들어주고 습관을 들이도록 지도해야 한다. 자녀들이 부모, 친구, 교사와의 관계에서 창조적이고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재료로 갖고 있어도 어떻게 버무리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사소한 주제라도 부모가 열린 마음으로 자식의 의견을 인내하며 들어주는 수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작문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딸 셋을 키우면서 깨달았다. 성적이 우수하지 않더라도 자기의 생각을 글로 잘 표현하며 남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학생들은 대화도 잘 통한다.
김영희: 토론이나 연설대회에 아이들을 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아이가 스스로 원해서 참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전 경험을 많이 쌓으면 상대가 말하려고 하는 의도나 요지를 빨리 파악해 내는데 도움이 된다.
김효신: 부모들이 토론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별다른 준비 없이 디베이트팀에 자녀를 가입시키는 데까지만 생각이 미치기 쉽다. 막상 아들을 키우면서 겪어보니 부모들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덤비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큰 부담이라는 것을 알았다. 다른 미국가정의 학생들은 의외로 준비가 철저하다.
안세민: 대학 진학에 필요한 에세이나 일반 학업에 필요한 영어 작문이나 SAT 또는 ACT 작문시험 등은 모두 나무의 곁가지에 불과하다. 몸통이 튼튼하면 가지도 건강하기 마련이다. 그만큼 기초를 잘 다져놓으면 나머지는 저절로 해결되는 문제들이다.
▲학구적인 면 이외 다른 중요한 부분이 있다면?
이상숙: 아이들이 보통 초·중학교 때까지는 잘하는데 그 이후로는 부모의 기대만큼 실력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춘기를 거치면서 겪는 자기표현에 대한 갈등이 원인이다. 이럴 때에는 그 어느 시기보다 부모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사춘기 과도기 때 느끼는 자기주장에 대한 위축감, 자신의 의견에 대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에 대해 부모가 어떻게 도움을 줄지 생각해봐야 한다. 학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피드백이 필요한 시기이다.
심미영: 전적으로 동감한다. 말도 잘하고 발표력도 좋았던 아들이었는데 고등학교 진학 후부터 자신감이 없어지고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이로 변해갔다. 늘 무리에서 앞장서던 아이가 이제는 뒤에서 어슬렁거리는 편이다.
남미영: 초·중학교 때까지는 부모의 정보력과 극성이 아이들의 학업성공을 좌우한다면 고등학교부터는 환경적으로 벌써 달라 힘들어진다. 아이들의 소셜환경도 크게 바뀌기 때문에 부모 말도 듣지 않고 그때부터 제대로 자기 실력이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책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문화, 예술에서부터 주변의 다양한 분야를 체험하면서 글쓰기의 기초가 이뤄진다. 많은 것을 알아야 많은 것을 표현해 낼 수 있다. 따라서 작문을 잘하려면 공부 이외의 분야에도 그만큼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김효신: 극성스런 부모보다는 열성을 지닌 부모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아이들은 부모의 극성에 지겨워한다. 하지만 아이의 힘든 부분을 다독거리면서 열성을 보여주면 다르다. 또한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여주고 뉴욕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고 특목고가 끝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고교 시절 아프리카에 다녀온 경험도 나름대로 깨달음이 컸던 것 같다. 스스로 왜 공부를 해야 하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남미영: 글쓰기를 잘하려면 자신감이 충만하고 자기 정체성이 뚜렷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글을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