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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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진출 부푼 꿈 ‘와르르’

2008-09-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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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허리케인으로 진로 고민에 빠진 경제.경영학과 학생들
리먼.메릴린치서 채용제의 한인대학생‘날벼락’
당분간 취업경쟁 심화...취업선택 폭 넓혀야

“내가 꿈꿔왔던 미래의 직장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지난주 금융 쓰나미가 월가를 강타한 후 오매불망 월가 진출을 목표로 달려왔던 경제·경영학 전공 대학(원)생들이 장래 진로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 뉴욕의 명문 비즈니스 스쿨에 재학하는 한모군과 박모군은 공교롭게도 올 여름 리먼 브러더스와 메릴린치에서 각각 인턴십을 마친 뒤 졸업 후 채용 제의까지 미리 받아들고 얼마 전까지만해도 쾌재를 불렀던 케이스.


하지만 갑작스런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보호신청과 메릴린치의 인수 합병 조치 발표 후 모두가 부러워하던 이들의 핑크빛 미래는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 게다가 월가에 몰아닥친 금융 허리케인으로 당분간 월가의 신규직원 채용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다른 금융회사를 지원하더라도 취업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할 만큼 자신감을 크게 상실하고 말았다.

한군과 박군은 “리먼 브러더스는 지난해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가장 많은 인턴십과 신규채용을 제의한 최고의 기업으로 선정됐었다. 메릴린치도 지난해 17명의 인턴을 고용, 졸업생 14명이 취업에 성공했지만 올해는 학교의 취업상담실도 졸업생들의 취업 가능성을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가 진출의 꿈을 안고 뉴욕의 또 다른 명문대학 비즈니스 스쿨에 올 가을 입학한 신입생 최모군은 “리먼 브라더스 직원들이 박스에 짐을 챙겨 쓸쓸히 회사를 떠나는 모습이 언론의 지면을 도배했을 때 마치 내가 실직을 당한 듯 허탈감과 충격이 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내가 졸업하는 2년 뒤에는 월가 사정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일단은 학업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월가 사태를 교훈삼아 보다 다양한 시각에서 문제를 분석하는 것도 좋은 교육 자료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자기 위안을 삼고 있다고. 당분간 월가를 중심으로 한 금융권의 신규채용 규모 축소의 여파로 관련분야 취업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 속에 취업상담전문가들은 관련학과 전공자들은 취업 가능한 분야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데 힘쓰고 월가를 벗어나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안목을 넓히는 등의 현명한 대처가 요구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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