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결혼(Shotgun Wedding)?
2008-09-13 (토) 12:00:00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영화에 ‘7인의 신부’(Seven Brides for Seven Brothers)라는 게 있다. 1954년 MGM 제작 영화인데 하워드 킬과 제인 포웰의 노래가 일품이다. 맏형인 하워드 킬이 동생 여섯의 신부를 확보하기 위해 동생들과 작당하여 동네 처녀들 여섯을 납치해서 눈사태 때문에 동네사람들이 구출하러 올 수 없는 기간 동안 사랑이 생기도록 하려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한다. 킬의 부인인 포웰은 전혀 모르는 새에 저질러진 일인데 포웰은 여자들을 아무 탈 없이 잘 보호한다.
봄이 되어 길이 열려 여자 가족들 및 동네사람들이 중무장을 하고 오지에 있는 킬의 외딴집을 급습하여 범법자들을 사형(私刑)에 처하고자 하는 순간 킬과 제인 사이의 애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누구 아기냐고 묻는 부모들에게 처녀들 모두 “내 아이에요”라고 대답하니까 피해가족 중에는 마침 목사도 끼어있어 여섯 쌍의 신랑신부들이 합동결혼식을 하게 되는 바 주위에는 친척들의 소총 뿌리가 둘러 쌓여있는 판국이라 결혼 서약에 모두 “I do”라고 할 수밖에. 문자 그대로의 Shotgun Wedding이다. 영한사전에는 “상대 처녀의 임신으로 마지못해 하는 결혼”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공화당 대선후보 존 매케인의 새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 영입은 ‘페일린의 태풍’이라고 불릴 정도로, 비교적 순탄해보이던 오바마의 대선 승리 가능성에 암운을 펼치기 시작한 것 같다.
물론 앞으로 7주 좀 더 남은 선거기간 동안 페일린에 대한 언론의 집중조명으로 무슨 문젯거리가 표출될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불과 44세의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알라스카 주지사를 덥석 부통령 후보로 선택한 매케인의 선거 전략이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몇몇 여론조사에 의하면 매케인이 처음으로 오바마를 몇 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난다. 심지어는 신중하기 유명한 BBC까지 페일린을 (공화당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마가렛 대처, 또는 잔 다르크라고 명명할 정도다. 그 같은 페일린의 17세 된 딸 ‘브리스톨’이 임신 5개월이란 게 밝혀져 페일린의 입장이 곤란할 것 같은 것도 잠깐뿐이었다. 페일린 가족을 매케인이 미국 사람들에게 소개했을 때 브리스톨이 몇 달 된 몽골증 자기 동생 아이를 안고 있었던 것도 불러진 자기 배를 감추려 했었다는 것이 지적되기도 했지만 오바마 자신이 가족문제는 거론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한 이유 등 때문에 잠잠해졌다. 또 공화당 지명대회에서는 브리스톨의 18세 된 보이프렌드 조차 대의원들에게 소개되면서 둘이 곧 결혼을 한다고 발표되었다. 브리스톨과 그의 남친으로 보면 전국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Shotgun Wedding을 하게 되는 셈이다.
그들의 경우는 결혼을 해서 태어날 아이에게 가정의 테두리를 마련해줄 것이기에 다행이지만 미국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미혼모 현상은 심각하다. 고등학교 여학생들의 60%가 성경험이 있다는 통계이기 때문에 도무지 남의 이야기라고 할 수 없다. 미혼모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주 드물었던 과거에 비해 왜 문제가 만연되었을까. 소위 복합적인 원인들이 있겠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특히 1960년대 이후의 소위 성혁명을 주요 이유로 들 수 있겠다. 워낙 자유분방한 사람들이 많이 몰리게 되는 연예계, 특히 할리우드 배우들의 기존 도덕관념의 파괴행태가 미국 사회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본다. “일부일처- 그런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이 어디 있어” 그저 남녀가 눈만 맞으면 시간과 장소와 도덕의 굴레에 구애됨이 없이 성관계를 가져도 된다는 투의 영화들과 TV 프로그램이 얼마나 많은가.
또 과거의 영화들에는 심지어 부부의 관계도 침대마저 둘인 침실에서 밤을 보내고 아침에 일어나보면 잠옷의 안팎이 바뀌어졌다는 식으로 은근하게 시사되었지만 요즘 영화들은 결혼을 했기는커녕 두어 번 데이트 했을 뿐인 남녀의 정사가 노골적으로 전개되어 성적 충동이 한창 고조에 달했을 청소년들을 자극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에서 가르치는 성교육의 내용도 건전한 도덕률보다는 많은 고등학교에서 나누어주는 콘돔 등으로 오히려 난삽한 성관계를 조장한다는 견해도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기성세대, 특히 종교나 정치계의 저명인사들 중 성도덕에 관한한 위선자들이 많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