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Un Secret)★★★½(5개 만점)
2차대전 유대인 가족의 슬픈 비밀
과거와 현재 겹겹이 교차
비극적 내용 화사하게 묘사
프랑스의 베테런 감독 클로드 밀레가 만든 2차 대전의 비극을 겪은 한 유대인 가족의 가슴 아픈 비밀을 다룬 준수한 드라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겹겹이 쌓인 얘기를 솜씨 좋게 풀어내는데 비극적인 내용을 지녔으면서도 화사하고 육감적이다.
이 가족이 지닌 비밀은 끝에 가서야 밝혀져 영화 내내 서스펜스를 느끼게 된다. 배우들의 모습과 연기를 비롯해 의상, 세트, 디자인 및 촬영 등도 아주 좋다.
1985년. 파리지앙 프랑솨가 자신의 나이 먹은 아버지가 실종됐다는 통보를 받고 아버지를 찾아 거리를 헤매면서 장면은 1955년으로 플래시백 한다.
수줍고 병약한 소년 프랑솨(발랑탕 비구르)의 부모는 모두 신체 강건한 운동선수들. 부모는 양복점을 운영하지만 아버지 막심(파트릭 브륄)은 체조선수요 어머니 타니아(세실 드 프랑스)는 수영 챔피언. 프랑솨는 특히 아버지가 자기에게 실망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프랑솨의 유일한 친구는 자기 집 길 건너에서 마사지 업을 하는 루이즈(쥘리 드파르디외).
프랑솨가 다락에 보관된 장난감을 발견하면서 아버지로부터 큰 질책을 받는데 프랑솨는 루이즈로부터 이 장난감에 관한 내력을 전해 듣는다. 그리고 자기 부모의 결합이 비극과 죄의식 속에서 이뤄진 것이며 자기에게는 이복형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서 장면은 전쟁 전으로 돌아간다. 막심은 아름다운 한나와 약혼한 사이. 그러나 막심은 한나와의 결혼식 때 만난 육체적으로 튼튼한 금발의 타니아에게 강하게 이끌린다. 타니아도 마찬가지로 둘은 야성의 짐승처럼 서로를 요구한다.
막심은 결혼생활과 타니아와의 관계를 공유하면서 아들 시몽을 낳고 잘 사는데 나치가 프랑스를 침공하면서 이 집에 엄청난 비극이 일어난다. 자신이 유대인이라기보다 프랑스 시민임을 강조하는 막심이 현실을 깨닫고 가족과 함께 국외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비극의 아픈 상처는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아물지를 못한다.
수 없이 많이 듣고 본 유대인 가족의 환란과 비극을 매우 참신하고 깊이 있게 처리했다. 성인용. 로열(310-477-5581).
에릭 로머의 작품 4편 상영
12~13일 LACMA 빙극장
LA 카운티 뮤지엄의 빙극장(5905 윌셔·323-857-6010) 에서는 12일과 13일 매일 2편씩 프랑스 누벨바그의 중심인물 중 한 명인 에릭 로머(87)의 아름다운 영화를 상영한다. 로머는 인간관계 특히 남녀간의 긴밀한 감정관계를 자신의 전유물처럼 여기며 분석하고 묘사해 온 감독이다. 로머는 영화를 만들기 전 각본의 토대가 되는 소설을 미리 쓰곤 하는데 그의 얘기 속에는 위트와 역설과 끊임없이 일어나는 오해들이 마치 스위스 시계의 내부처럼 질서정연하게 빼곡하니 차 있다. 로머는 특히 여성에 대한 남성의 위선적 태도와 식자층의 현학적 태도를 나무라듯 조소하고 있지만 그 나무람에는 악의가 없다.
■12일
▲‘모드네 집에서의 나의 밤’(My Night at Maud’s·1969)
클레어몽-페랑에 업무차 머물게 된 엔지니어(장-루이 트랭티냥)는 일요일 미사 때마다 훔쳐보던 새침 떠는 젊은 금발 미녀와 반드시 결혼하겠다고 혼자 작정한다.
눈보라가 세차게 몰아치는 날 밤 엔지니어는 한 매력적인 이혼녀(프랑솨즈 화비앙)의 초청을 받아 그녀의 집에서 밤을 맞게 된다. 그리고 둘은 날이 새도록 열띤 대화를 나눈다. 대화를 통해 이혼녀는 엔지니어의 보수적 신념과 삶과 사랑에 대한 독선적 견해에 대해 도전한다. 흑백. 하오 7시30분.
▲‘좋은 결혼’(A Good Marriage·1982)
고집 센 미술 여학도(베아트리스 로망)가 기혼남과의 관계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결혼을 결심하나 자기가 고른 남자(앙드레 뒤솔리에)가 자기에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면서 난감해 한다. 컬러. 하오 9시30분
■13일
▲‘클레어의 무릎’(Claire’s Knee·1970)
알프스 발치의 한 작은 도시(네스토어 알멘드 로스의 촬영이 아름답다). 곧 결혼할 외교관(장-클로드 브리알리)이 자기 친구의 여자 친구인 16세난 아름다운 클레어의 무릎에 매력을 느껴 어쩔 줄 몰라 한다. 중년 남자의 위기와 10대의 성적 개화에 관한 도덕적 이야기. 컬러. 하오 7시30분.(사진)
▲‘O 후작부인’(The Marquise of O·1976)
18세기 이탈리아. 프랑스와 러시아 전쟁 중 겁탈 당하기 직전의 후작부인을 구해준 러시아 장교가 이 여인에게 집착한다.
컬러. 하오 9시30분.
‘타월헤드’ (Towelhead)★★★½
추행 제물 되는 소녀의 상처와 성장
모든 어른이 소녀에 죄 짓는 셈
심각한 주제 다크 코미디식 접근
교외에 사는 미 중산층의 내적 부식을 파헤친 ‘아메리칸 뷰티’로 오스카 각본상을 탄 앨란 볼의 감독 데뷔작으로 두 영화가 비슷한 플롯을 다루었다. 10대 소녀의 성적 호기심과 자각 그리고 그것을 부추기면서 성적으로 추행하는 어른들과 독성 있는 주위환경 등 논란거리가 될 주제를 지녔다. 도전적이며 변태적이다.
13세난 자지라(서머 비쉴의 연기가 좋다)는 미국인 어머니(마리아 벨로)와 살다가 어머니의 동거 애인이 자신의 음모를 깎아주면서 휴스턴에 사는 레바논계 미국인인 아버지 리파트(피터 막디시가 다크 코미디적 연기를 잘한다)에게 보내진다.
때는 제1차 걸프전 때로 리파트는 철저한 반사담주의자. 그는 보수적 기독교 신자이면서 음탕한데 달갑지 않은 딸과의 동거를 수락한다. 철저한 독재자인 리파트는 자지라의 복장이 살을 많이 노출시킨다고 뺨을 후려친다.
조숙한 자지라의 성적 자각은 옆집 예비군인 부오소(아론 에카르트)의 11세난 아들을 돌보면서 시작된다. 이 망나니 소년의 섹스잡지를 보면서 자지라는 강한 성적 욕망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성적 호기심은 부오소의 자지라에 대한 성적 희롱으로 이어지고 자지라는 어른들의 아이들에 대한 성적 추행의 제물이 된다.
한편 자지라는 동급생인 예의 바르나 호르몬이 넘쳐흐르는 흑인 타미와 관계를 맺으면서 자기 상처를 치유하고 또 스스로 한 단계 성장한다.
자지라는 너무 어려 자기가 당하는 성적 추행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데 여기 나오는 모든 어른이 이 소녀에게 죄를 저지르는 셈이다. 심각한 주제를 다크 코미디식으로 다뤘다. ‘타월 헤드’ 는 무슬림 여자를 비하하는 표현이다. R.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 (310-281-8233).
‘수키야키 웨스턴 장고’ (Sukiyaki Western Diango)
폭력이 난무하는 ‘일본판 웨스턴’
일본의 괴짜 감독 타케시 미이케의 일본판 스파게티 웨스턴. 대사가 일본 액센트가 심한 영어로 돼 자막이 있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황야의 무법자’ 플롯을 지닌 컬트영화로 폭력이 난무하면서도 로맨틱한 분위기를 품었다.
서론 부문에서 쿠엔틴 타란티노가 판초를 입은 건맨으로 나와 묘기를 보여준다. 이어 본론은 1880년대 황야의 한복판에 있는 유타에서 얘기된다
이 마을은 성질 사나운 키요모리가 이끄는 헤이케파와 양성의 냉철한 두뇌 소유자 요시추네가 이끄는 겐지파가 서로 대립하고 있다. 두 파는 마을의 금광을 노리고 대결 중. 이 마을에 흑의의 무명씨가 들어와 키요모리에게 살해된 아키라의 가족과 친해지면서 복수의 혈전이 벌어진다. 18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정당살인’ (Righteous Kill)
로버트 드 니로-알 파치노 형사물
1995년 마이클 맨이 감독한 범죄 스릴러 ‘히트’에서 처음으로 공연한 로버트 드 니로(은행강도역)와 알 파치노(형사역)가 두번째 공연하는 형사물로 액션과 모험 그리고 드라마와 스릴러의 요소를 고루 담았다.
30년간 파트너로 일해 온 뉴욕형사 데이빗과 토마스는 은퇴를 거부하는 베테런들. 두 형사에게 악명 높은 핌프 살인사건을 해결하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둘은 사건 수사과정에서 이 살인이 과거에 자신들이 푼 살인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발견한다.
범죄자들만 처치하는 살인자는 시체에 자신의 살인을 정당화하는 4연의 시 구절을 남겨 놓는다. 잇달아 비슷한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두 형사는 자신들이 과거에 붙잡아 영창에 집어넣은 자가 무고한 사람이 아니냐는 자문을 하게 된다. R. 전지역.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