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봉숭아

2008-09-09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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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현자<워싱턴 문인회>

한여름이면 고향집에 꽃불 지르던 봉숭아
네가. 꽃으로만 보였던 유년의 뒤안
열어놓은 항아리 속 고추장처럼 붉던 네 꽃잎은
유난히 별 초롱초롱하던 밤
뜻 없이 설레어버린 소녀의 손톱에서
한세월 꽃으로 살았었지.

한여름이면 이국땅에 고향 지르는 봉숭아.
이국의 나그네 된 지금
이젠 네가 꽃이 아니라 고향으로 보여
늘 마음 가서 사는 어머니의 뜰, 그 뒤안
머언 동쪽하늘 바라보며
울컥 마음 쏟아버린 그때부터
넌 고향이었어.
차마 손끝에 으깨지 못하고
마음속에 앉혀버린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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